열 살을 넘기며 점점 더 뚜렷해진 한 가지가 있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오랜만에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하루였다. 우리 가족은, 따뜻한 날씨를 핑계로 오늘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세인트 킬다(St Kilda)로 가 점심을 먹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바닷가를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은 익숙한 산책길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풍경이 새롭게 느껴졌다. 바닷바람은 부드럽고, 파도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고, 행복이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바다를 따라 걷다 보니, 한 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호기심에 이끌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작은 펭귄 한 마리가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기 힘든 펭귄이다. 세인트 킬다 비치에 펭귄이 서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낮에, 그것도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부분 해질 무렵에야 볼 수 있다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펭귄은 작은 몸으로 바위틈에서 조심스럽게 나와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도 천천히 움직이며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 숨을 죽이고 그 귀한 장면을 마음에 담았다.


오늘의 짧은 만남은 우리에게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찾아간 바닷가,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펭귄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 하루를 뜻밖의 선물처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펭귄을 보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행복이를 위해 앤디를 만나기로 했다.


행복이가 열 살을 넘기며 점점 더 뚜렷해진 한 가지가 있다. 이제는 자기가 진짜 함께하고 싶은 사람, 아닌 사람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만남을 가져도 같이 나온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놀지 않는다. 앤디 아빠가 바빠서 원래는 쌍둥이 친구 핀과 에반을 만나기로 했지만, 행복이는 그 만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앤디를 보고 싶다며 간절히 졸랐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한 쌍둥이를 대신 바빠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닉에게 전화를 했다.


스티븐은 곧장 앤디의 아빠 닉에게 연락했고, 바쁜 와중에도 닉은 그런 행복이와 앤디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앤디를 멀리서 본 순간, 행복이의 얼굴엔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오래 기다린 친구를 마주한 듯, 그 눈빛엔 반가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앤디와의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러웠다.


말이 없어도, 특별한 놀이가 없어도, 서로의 곁에 있기만 해도 편안한 두 아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확신했다 행복이는 이제, 자기를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주는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앤디의 아빠 닉과는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 짧은 인사만으로도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부모들끼리의 관계가 먼저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한 만남 그래서 더 소중했다.


결국 오늘은, 우연히 마주친 펭귄도,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와의 재회도, 모두 우리에게 조용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일요일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하루, 행복이의 마음속에도, 우리의 마음속에도 분명히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남았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진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행복이는 조금더 성장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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