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하루 종일 실수만 거듭하며 스스로도 지쳐버린 날이었다. 무엇을 하든 어긋나는 기분, 마치 하루 전체가 내 마음을 시험하는 듯했다. 그런데 밤이 지나고, 푹 자고 나니 오늘 아침은 전혀 달랐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이 가볍고 머리가 맑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치카가 요즘 이틀 정도 새벽에 짖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덕분에 알람 소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치카 울음소리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푹 자고 일어나는 순간의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 숙면은 그 어떤 보약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잘 자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표정이 달라지고, 마음의 무게까지 가벼워진다.
오늘은 스티븐의 부모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세인트 킬다 비치에서였다. 바람은 적당히 불었고, 파도는 잔잔했다. 바닷가의 풍경을 배경 삼아 함께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음 주에 있을 여행으로 흘러갔다. 설렘과 기대가 묻어나는 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스티븐과 나는 다음 달 계획도 나누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행복이의 봄 방학에 골드 코스트를 다녀오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스티븐의 부모님은 그 제안을 무척 기뻐하셨다. 아직 계획을 막 시작한 단계인데도, 오늘 처음 이야기를 들으신 부모님은 벌써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신다고 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번졌다.
오늘 하루는 깨끗하게 맑은 하늘처럼 단순했지만 충만했다. 전날의 엉망이 된 하루가 무색할 만큼, 숙면이 가져온 새 아침은 내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 잘 자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런데 오늘을 더 특별하게 만든 소식이 있었다. 엠이 드디어 딸을 낳은 것이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경이롭고 벅찬 감정을 준다. 내일은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그 작은 아기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벌써 설렌다.
이제 스티븐은 손주 리암에 이어 손녀 베서니까지 맞이한 진짜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이의 탄생은 단지 한 가족의 기쁨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는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일깨워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잘 잔 아침의 상쾌함과 새로운 생명의 소식이 겹쳐진, 참으로 충만한 하루였다. 숙면이 내게 하루를 선물했다면, 아기의 탄생은 우리 가족의 내일을 선물해 준 셈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