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잠을 잘 자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느끼는 날이 있다. 어젯밤 나는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정 무렵 눈이 떠졌다. 두 시간 남짓 자고 난 뒤, 다시는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아침을 맞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다음 날은 언제나 위험하다.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기에, 오늘만큼은 더욱 집중하며 일을 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었고,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몸을 던지고 싶었지만, 내일을 생각해 낮잠조차 참고 버텼다.
오후가 되어 행복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친구 루크도 함께 집에 오는 날이었기에, 우리는 치카를 데리고 강아지 공원에 갔다. 늘 그렇듯 우리의 반려견 치카는 공원의 스타였다. 사람들에게도,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인기 폭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짓는 순간만큼은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왔다. 공원에서 한껏 뛰어놀던 치카를 안아 차에 태우는 순간, 나는 발을 헛디뎠다. 균형을 잃으며 몸이 앞으로 쏠렸고, 이마가 세게 차에 부딪혔다. 순간 눈앞이 번쩍였고, 강한 충격과 통증이 몰려왔다.
차 안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눈 밑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피를 닦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오늘 하루는 시작부터 끝까지 참 만만치 않구나.’ 잠을 설친 것에서 시작해, 피곤을 억누르고, 집중해서 하루를 버텨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엔 몸이 무너져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억울하거나 원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저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하루 전체가 흔들리고, 작은 실수 하나에 이마가 찢기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불완전하고, 그래서 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오늘의 상처는 며칠 후면 아물 것이다. 그러나 이마에 남은 작은 흉터는 아마도 나에게 오래 기억될 교훈을 남길 것이다. “사람은 잠을 잘 자야 한다.” 그 단순한 문장을, 다시는 잊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다쳐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다치지 않았다. 행복이가 태어난 뒤로는 늘 조심스러워졌고,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으려 했다. 예전 같으면 여기저기 긁히고 부딪히며 살던 내가, 이제는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이후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런데 오늘, 피가 흐르는 얼굴을 보며 이상한 감정이 몰려왔다. 아프고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묘하게 낯설고 새로운 감각이었다. ‘아, 이렇게 다칠 수도 있구나. 내 몸도 여전히 연약하구나.’ 그 사실이 조금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다치지 않는 존재처럼 착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늘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나의 몸은 늘 뒤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작은 사고는 내게 말해주었다. 아빠도 여전히 인간이고, 넘어질 수도, 다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이마에 남은 상처는 며칠 후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은 내게 작은 울림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 다치는 순간 느낀 아픔과 당혹감은 결국 나를 다시 겸손하게 만들었다. 내가 강해서 아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치지 않기 위해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 모습이 아빠라는 삶의 또 다른 방식일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