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요일 새벽, 우리는 유럽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스에서의 일주일 숙소는 이미 예약을 마쳤다. 그러나 그다음 주 일정인 런던과 파리 숙소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숙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곳’을 찾기 힘들고,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스티븐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년 3월, 스티븐과의 20주년 기념 여행은 이미 항공권과 호텔까지 완벽하게 예약을 끝내놓았다. 그런 나에게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불편하다. 그래서 틈틈이 Airbnb를 들여다보며 마음에 드는 숙소를 살펴본다. 흥미롭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숙소들의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동시에 묘한 설렘을 준다. 나는 이번 여행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해보기로 했다. 기다려 보는 것. 스티븐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상황에 몸을 맡겨보는 것이다.
가끔은 해보지 않은 선택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번 여행이 바로 그런 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인간은 늘 비슷한 루틴 속에서 살아간다.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난다. 안정된 반복은 삶을 지탱해 주지만, 어느 순간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주 가끔, 다른 선택을 해보는 건 어떨까?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맛보고, 늘 가던 길 대신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익숙한 방식 대신 낯선 시도를 해보는 것.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기쁨과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 삶은 큰 도전만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변화를 통해서도 풍성해진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낯섦을 용기 내어 받아들이는 것. 그 순간 삶은 더 다채로운 빛깔을 띠게 된다.
그래서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여행, 숙소 결정이 어떻게 날지 지켜보는 중이다. 마치 작은 도박 같기도 하고, 예상 밖의 기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든다.
계획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결과가 어떻든, 이번 여행은 분명 또 다른 배움과 추억을 남길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