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너보다 못하는 애들이랑 뛰면 얼마나 좋을까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행복이 학교 운동회가 열린 날이었다. 퇴근 후 치카를 데리고 달려갔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반려견은 출입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치카를 기둥에 묶어두고, 행복이에게 다가가 “아빠가 여기서 응원할게”라고 말했다. 아들은 내가 올 줄 몰랐는지, 환하게 웃었다.

행복이는 곧 잘하는 200m와 800m 달리기를 앞두고 있었다. 200m에서는 아쉽게 3등. 그리고 이어진 800m, 함께 뛴 아이들이 모두 잘 달리는 선수들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올 뻔했다.
“아들아, 제발 너보다 못하는 애들이랑 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끝내 그 말을 삼켰다. 그리고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메달은 없었지만, 아이의 땀과 숨,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내딛는 발걸음은 그 어떤 1등보다 눈부셨다.


그때 깨달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말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결과를 무시 못 하는 전형적인 동양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의 응원을 듣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행복이를 보고 순위가 아이를 빛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발걸음, 끝까지 달리는 용기, 그 자체가 아이를 빛나게 한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 결과보다 과정을 믿어주는 부모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나는 이제 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아이의 걸음은, 그 자체로 이미 빛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언제, 어디서든 그 발걸음을 가장 큰 소리로 응원해 줄 아빠가 되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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