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티븐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병원 방문을 함께 하기로 했다. 스티븐 아버지는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고, 제대로 걷지 못하시지만 여전히 운전을 하고 싶어 한다. 골드 코스트에서는 의사가 이미 운전을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골드 코스트에서는 운전이 허락되지 않았다.
스티븐 어머니는 치매로 인해 대화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스티븐은 부모님을 도와드리려고 바쁜 와중에도 정확 한 진단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병원을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예약은 원래 오전 10시였다. 그런데 부모님이 스티븐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병원 약속이 12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다고 하셨다. 스티븐은 그 말을 믿고 다시 열심히 일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12시에 전화를 드리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진료는 10시에 받아서 벌써 다 끝냈어.”
그 순간 스티븐의 얼굴에는 깊은 실망이 드리워졌다. 부모님은 의사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들만 다녀온 것이다. 걸림돌 스티븐을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거짓말은 어린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어른도 한다. 다만 이유가 다를 뿐이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 때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덜 아프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자식의 마음은 다르다. 부모의 거짓말은 아이의 거짓말보다 훨씬 더 깊은 곳을 아프게 한다. 오늘 스티븐이 느낀 감정이 바로 그랬다.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믿고 싶은 마음, 아무 일도 없는 듯 넘어가고 싶은 심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의사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스티븐이 일을 마치고 부모님을 뵙고 의사와의 진료 내용을 확인했을 때, 사실이 드러났다.
의사는 스티븐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분명히 확인했고, 보다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스티븐 아버지의 건강 상태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였다.
겉으로는 “괜찮다”라고 말하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진실은 그렇게 가볍게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 앞에서조차 모든 걸 부정하고 싶은 그 마음에는 두려움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진단은 현실을 마주하라는 신호였다.
오늘 보니 행복이와 스티븐 부모님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한쪽은 이제 막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이고, 다른 한쪽은 긴 세월을 지나 다시 세상을 놓아가는 노인들인데도 말이다.
행복이는 ADHD로 인해 순간순간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스티븐 부모님 역시 건강과 기억이 점점 약해지면서, 때로는 현실조차 부정하려 한다. 그러면서 아이 같은 행동을 하신다. 둘 다 논리보다는 감정으로 움직이고, 그 앞에서 나는 자주 무력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서 닮은 점을 본다. 아이도, 노부모도 결국은 누군가의 기다림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곁에서 나에게 가장 크게 주어지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 아이와 노부모를 함께 돌보며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의 시작과 끝은 닮아 있고, 돌보는 마음은 결국 똑같다는 것을. 그 속에서 나와 스티븐은 하루하루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