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인의 휴가는 공항에서가 아니라,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순간부터 시작되곤 한다. 오늘이 바로 그랬다. 새벽 근무를 끝내자마자 시차 적응에 필요한 약을 사고, 우리 가족의 반려견 치카를 우리가 없는 동안 머물 호텔에 데려다 주었다.
차를 몰고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치카가 멀미를 조금 한다는 건 알았지만, 30분 넘게 달리자 결국 멀미를 하고 말았다. 작은 몸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차올랐다. 도착한 호텔은 규모는 컸지만, 안쪽을 슬쩍 들여다본 모습은 그리 따뜻하거나 아늑하지 않았다. 순간 불안이 스쳤다. ‘과연 치카가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앞에서 움츠러드는 대신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새로운 세상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맞이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낯선 상황 앞에서 불안을 먼저 느낀 건 보호자인 나였고, 오히려 새로운 환경을 기쁘게 받아들인 건 치카였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기꺼이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치카가 보여준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허전함이 몰려왔다. ‘든 자리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는 말처럼, 치카가 없는 집은 한결 비어 보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곧장 치카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가족이란 존재는 그런 게 아닐까. 함께 있을 때보다, 부재의 순간에 더 선명하게 흔적을 남기는 존재. 오늘 나는 치카를 통해 그 사실을 새삼 배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