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간 만에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by Ding 맬번니언

25시간 만에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는 참 길었다. 호주 멜버른 집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해 5시 비행기에 올랐다. 에미레이트 항공 A380, 2층 비행기라 그런지 승객도 많고, 탑승하는 순간부터 긴 여행이 시작됨을 실감했다.

14시간 비행. 머리로는 각오했지만 몸으로는 쉽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하루 종일 잠을 자지 않고, 비행기 안에서 푹 자겠다고 마음먹었다. 계획대로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7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7시간이 남아 있었다. 남은 시간은 영화를 보기도 하고, 행복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흘려보냈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두바이였다.


경유 시간은 4시간.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두바이 공항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를 경험했다. 한 층 전체가 라운지로 꾸며져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다. 그동안 스티븐을 따라 여러 라운지를 경험해 보았지만, 이번 곳은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다. 음식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한 단계 위의 경험이었다. 긴 여정을 버티게 해 준 건 아마 이 낯선 공항에서의 특별한 쉼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두바이에서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드디어 그리스 아테네. 그러나 순조로울 것 같던 여정에 작은 변수가 생겼다. 활주로에 문제가 생겨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이나 지체된 것이다. 다행히 취소까지는 되지 않았고, 결국 하늘을 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했다.


아테네에 도착해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약 40분. 그렇게 멜버른 집을 떠난 지 무려 25시간 만에야 숙소 문을 열 수 있었다. 긴 여정 끝에 찾아온 안도감도 잠시, 몸이 곧바로 신호를 보냈다. 무릎에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힘이 빠지고,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다.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앞으로 유럽 여행을 자주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설레는 마음과 달리, 몸은 긴 시간을 버티기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현실. 여행이 주는 기쁨과 함께, 나이를 마주하는 또 다른 진실이 마음 깊숙이 다가왔다.


그렇게 도착한 유럽은 아직 금요일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 시계는 밤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온몸은 피곤에 젖어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나와의 약속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매일 브런치 글쓰기.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피곤함을 이겨내며 한 줄 한 줄 이어가는 동안, 문득 생각했다. “시차라는 변수가 앞으로 내 일상적인 글쓰기를 어떻게 흔들지 두고 봐야겠구나.”

오늘은 길고 긴 25시간의 여정을 마친 첫날밤.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큼은 여전히 유럽의 시작을 기록하고 싶었다. 이 작은 도전이 여행의 또 다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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