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파란 지붕을 향한 집착

by Ding 맬번니언

그리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단 두 가지였다. 그리스 신화, 그리고 파란 지붕. 그리고 그 파란 지붕을 제대로 사진에 담으려면 산토리니, 그중에서도 아이아(Oia)로 가야 한다 것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꼭 Three Dome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어제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너무 덥고 인파가 몰려 있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해가 뜨기 전, 아직 세상이 조용할 때 길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아이아의 거리는 마치 또 다른 세계 같았다. 골목마다 흰 벽은 새벽빛에 푸른 기운을 머금었고, 바다는 은빛으로 차분히 빛났다. 사람들로 가득하던 낮과는 전혀 다른, 고요하고 매혹적인 풍경 속에서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몇 장을 얻은 뒤 숙소로 돌아와 스티븐과 행복이를 데리고 본격적인 촬영을 하러 나섰다.

목적지는 세 개의 파란 지붕이 한눈에 보이는 가장 유명한 포토 스팟. 하지만 그곳에서 우릴 기다린 건 끝없는 줄이었다. 아침 7시,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이미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행복이는 “꼭 여기서 찍어야 하냐”며 투덜거렸고, 스티븐은 “다른 장소도 좋은데 굳이…”라며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했다. “여기서, 이 자리에서 찍어야 한다.”

결국 긴 기다림 끝에 셔터를 눌렀다. 눈부신 아침 햇살 아래 파란 지붕과 하얀 벽, 그 뒤로 펼쳐진 에게 해가 프레임 안에 담겼다. 그렇게 얻어낸 사진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내가 고집을 부려서라도 지켜낸 순간, 그리고 평생 기억할 인생샷이었다.



그렇게 내 평생 기억에 남을 장소, 오이아의 파란 지붕을 끝으로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로즈 섬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비행기는 오후 5시 20분 출발. 문제는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1시였다는 점이다. 무려 6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이었다. 다행히 호텔 측에서 자사가 운영하는 다른 호텔 수영장을 이용해도 된다고 제안해 주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한 수영장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단순히 오이아의 고급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직후라서 비교가 된 것만은 아니다. 장소 자체가 외곽의 황량한 곳에 있었고, 특별한 매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산토리니를 찾는다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반드시 오이아에 머물러야 한다.” 숙박비는 분명 만만치 않지만, 여행의 질을 바꾸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단 하루의 고급 숙소가 만들어내는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그것이야말로 산토리니에서 누릴 수 있는 진짜 호사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의 남을 추억을 남겼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토리니의 바다를 바라보며 먹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