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여행을 마친 뒤 우리는 산토리니로 향했다. 사실 이곳을 일정에 넣자고 적극 주장한 건 나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오래전 한국에서 보았던 포카리스웨트 광고 때문이었다. 많은 한국인에게 ‘그리스’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산토리니의 파란 지붕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이아(Oia)의 파란 지붕 근처 숙소를 예약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좁은 골목마다 인파가 가득했고, 공항에서 이동해 준 우버 기사마저 우리를 정확한 장소가 아닌 거리 한쪽에 내려다 주었다. 당황한 채 기다리던 우리 앞에 숙소 직원이 나타나, 직접 짐을 들고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안내해 주었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 숙박료가 약 백만 원.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만, 그 가치는 충분히 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에게 해의 풍경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히려 아이아 마을을 구경하기보다 숙소의 수영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풍경 앞에서는 어쩌면 움직이는 것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한 달 전부터 예약해 둔 Ambrosia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자리, 바로 아이아의 선셋을 바라보며 즐기는 저녁이었다.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바다와 지붕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식탁 위의 음식보다 풍경에 더 취해 있었다.
아테네와는 전혀 다른 바다, 산토리니의 바다를 바라보며 먹은 저녁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였다. 붉게 물드는 석양이 바다 위에 번지고, 파란 지붕과 흰 벽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시간. 식탁 위의 음식은 물론 훌륭했지만, 사실 진짜 향연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니라,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평생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을 저녁. 산토리니는 그렇게 내 인생의 한 장면을 완벽하게 장식해 주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