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만 두터워졌다.

by Ding 맬번니언

어제의 사건은 쉽지 않았다. 행복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했고, 나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스티븐과 나, 서로에게 소리를 질렀다. 호텔 안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다른 투숙객들이 웅성거릴 정도로 상황은 끔찍했다. 그 순간, 나는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조차 이렇게 힘들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밀려왔다. 그래서 호주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행복이가 내 커피에 하트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다음 날, 우리는 달랐다. 행복이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스티븐과도 대화를 했다. 서로의 감정을 꺼내 놓고, 다시는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분명 완벽하지 않았고, 다시 상처가 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깨달았다. 진짜 가족은 사건이 없어서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사건이 있어도 그것을 해결하려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깨달음은 내 한국 가족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들과도 수없이 많은 힘든 사건을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 사건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도, 우리는 깊이 대화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애써 모른 척했다.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시도도 없었다. 사건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만 두터워졌다. 그렇게 해서 나는 가족 안에 있으면서도, 늘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반대로, 내가 호주에서 만든 가족은 달랐다. 스티븐과 행복이와 함께하는 삶에서도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아이가 ADHD라는 것을 발견하고 생기는 갈등, 부부 사이에 생기는 작은 균열들, 이민자로서 마주하는 외부의 도전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대화를 시도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려 한다.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문제를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건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려 애쓴다.


한국 가족은 사건을 외면했고, 나는 거기서 외로움을 배웠다. 호주 가족은 사건을 마주했고, 나는 여기서 성장을 배우고 있다. 갈등을 통해서도 관계가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스 마지막 날 불꽃놀이가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결국 가족을 정의하는 건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태도였다. 피로 연결된 한국 가족은 나를 외면했지만, 선택으로 만든 호주 가족은 나를 껴안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확신한다. 진짜 가족은 사건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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