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티븐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오후 4시 교회에서의 예식을 앞두고, 우리는 오전에 로도스 올드 타워를 둘러보기로 했다. 어젯밤 미리 예약한 보트가 9시 45분 출발이었기에 일정은 분명했다. 그러나 하루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폭풍으로 흔들렸다.
여행 내내 행복이는 평소보다 아이패드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배우지 않아도 될 언어들을 흡수했다. 문제는 그 말들이 저 속어와 욕설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끔은 우리를 향해 쏟아졌다. 며칠간 누적된 그 말투는 오늘 마침내 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행복이에게 “눈앞에서 사라지라”라고 말해 버렸다. 행복이는 방 밖으로 나가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호텔 방 밖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결국 스티븐과 나로 하여금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 부부와 아이, 셋이 아닌 각자 따로 흩어진 전쟁 같았다. 호텔에 머물던 사람들까지 웅성거렸고, 그 상황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20분쯤 지나서야 나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행복이는 거절했다. 이어 스티븐이 다가갔을 때, 행복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가 나를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라고 울부짖었다. 그 말에 우리는 다시 무너졌다.
결국 나는 행복이에게 사과했고, 간신히 보트에 올라탔다. 하지만 올드 타워에 도착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행복이는 여전히 불안정했고, 이상한 행동을 이어갔다. 여행지에서 누려야 할 아름다운 풍경보다, 무너진 감정의 잔해가 더 크게 다가왔다.
가족 모두의 기분은 바닥을 찍었고, 오후에 있을 결혼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정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결국 나는 결혼식에 가기로했다. 그리고 나 대신 행복이가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게다가 오전에 겪은 사건으로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을 아이를 끌고 가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이를 지켜야 하는 부모의 선택이기도 했지만, 사실 나 스스로도 이미 지쳐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이 순간의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호주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낯선 경험보다, 익숙한 집의 안락함과 평온함이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결국 나는 행복이를 위해, 혼자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미친 듯이 호텔로 돌아왔다. 아이가 혼자 느꼈을 불안과 외로움이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부모란 그런 존재다. 누군가의 기쁨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기 아이의 얼굴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또 한 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자, 사랑 때문에 선택을 바꾸는 일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