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르다 처음 스티븐이 한국을 방문했을때 우리는 삼성동에 위치한 W 호텔에 묵었었다. 나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어서 경복궁도 가고 최대한 많은 전통문화와 한국의 볼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스티븐은 “영 나는 지금 멋진 호텔에 왔는데 조금 더 호텔에 머물면서 수영도 하고 좀 쉬고 싶어” 라는 말에 적잖히 당황했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꼭 봐야할 명소들을 빠르게 돌아보고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짜서 이동하는데 사람마다 여행에서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날이다 이번 여행은 더 많은 변수가 있었다. 조카들과 행복이 그리고 작은누나 엄마 가 모두 항상 함께 이동을 해야했는데 각자의 체력과 관심사가 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해야 했다.
둘째날은 스티븐이 가족들을 위해 미리 예약한 대형 버스로 작은누나 가족, 엄마, 스티븐, 소피아, 행복이 그리고 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차를 타고 Healesville Sanctuary(힐스빌 생츄어리)라는 곳을 방문했다. 야라벨리 (Yarra vally)에 있는 힐스빌 생츄어리는 호주 야생 동물을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으로 단순히 동물을 가둬둔 것이 아닌 좀더 자연 친화적으로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삶을 볼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뛰 놀수 있도록 조성해서 더 아동 친화 적인 곳으로 어린 아이들이 놀수 있는 놀이터 환경이 잘된 곳이다 어릴적 한국에서는 모든 공원에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 “동물을 만지지 말아주세요” 이런 안된다고 하는 경고문구가 익숙해서 처음 호주에 왔을때도 당연히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되고 누우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도로와 잔디밭의 구분도 없고 잔디가 식생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울타리를 치지않고 쭉 이어져 있는 드넓은 잔디밭이다. 이곳 생츄어리 에서도 깜찍한 아기 캥거루를 보고 같이 사진도 찍고 여기 서 하는 스피리츠 오브 더 스카이 쇼에서는 맹금류들이 인간과 교감하며 기술을 뽐내는 멋진 모습을 구경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낸 우리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Moet 에서 운영하는 Domain Chadon 이라는 와이너리로 이동해서 와인 시음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호주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많아서 그곳에서 판매하는 와인과 곁들어진 음식을 먹으면 자연을 감상하는 와이너리 투어가 잘되어 있다. 각 와이너리 마다 와인만 유명한것이 아니고 어울리는 건축물과 호텔이 어우러져 있고 멋진 포도밭과 자연이 어울어진 곳에 사진 찍으라고 포토존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하루에 와이너리 한곳만 방문해도 이번 10알 일정을 꽉 채울 수 있다.
특히 Domain Chadon 에서는 건물안에서 유리창 밖을 내다보면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여기서 와인과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앞으로 여행 자주 하자면서 작은 누나 식구와 엄마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알록 달록 예쁜 단풍, 낙엽에 눈이 뻿겨 행복이랑 조카들이 뛰어 노는데 낙엽을 발로 밟을때 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나도 행복이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가족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정말 좋았다.
다음날은 단데농 퍼핑 빌리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퍼핑빌리란 100년 전 호주 개척 시대부터 있는 호주의 증기기관차이다. 영화 속에서나 볼수 있는 증기 기관차를 직접 타보는 것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목조 레일 위를 칙칙 폭폭 소리 내면 달리는 증기 기관차 창문에 앉아서 다리를 바깥으로 내 놓은 상태에서 다양한 경치들을 구경하면서 아이들과 어린(아이들)처럼 창문에 매달려 가면서 행복 한 시간을 보냈다. 다들 너무 행복해했다. 엄마가 스티븐이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엄마가 맛있는 것 많이 해주시고 가신다고 하셨다.
몇일이 지나니 나는 슬슬 누나가족이랑 엄마가 나에게 있어 행복이랑 별만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몸은 어른이지만 내가 없으면 영어를 못하니 아무런 의사소통도 못하고 아이같이 나만 따라다녔다. 그냥 내가 움직이는대로 따라 움직이면서 어른 두명과 아이 3명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여행은 우선 기동하는데 있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과 다녀보니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힘들면 쉬어야 하고 한장소에 가면 최소한 1시간이상 있어야 했다.
반면 엄마는 혼자 대부분 다른 어른들처럼 빨리 빨리 보고 싶어해서 내가 중간에서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간단한 특정 장소를 찾아서 기다리고 일정이 끝나서 다시 만난다거나 하는 일이 불가능 했다. 만약 내가 우리 가족들을 한국에서 만났거나 아니면 호주에 있는 친구들과 만났다면 5분이면 될일이 가족들과 움직일때는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챙기고 조율 해야만 가능 했다 나도 답답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가족들도 답답할 것이다.
반면 엄마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막내아들이 외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10년 넘게 생활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가 막상 내가 척척 모든걸 해결하며 이제는 반대로 엄마와 누나를 챙겨주니 무척 대견해 하시는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반 강제적으로 우리 식구들은 나와 24시간 항상 꼭 붙어 다니다 보니 오래만에 그동안 내가 모르던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역시 우리는 가족이다 보니 따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행동하는것에 대해 놀라웠다 엄마에게 나도 내년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친구들과만 지내기 보다 이렇게 가족들과 같이 여행하고 싶다 라고 말씀드렸다. 조금 더 밀착된 여행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좋은 방법 같다.
엄마는 오랜만에 막내아들이 살고 있는 호주에서 평소 내가 먹고 싶었지만 못 먹었던 내가 좋은 하는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다. 드디어 엄마 표 김치를 호주에서 먹게 된 것이다.
11년을 호주에 살다보니 드디어 이런 날도 오는구나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엄마와 누나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간후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 엄마표 김치를 살짝 맛만 보게 해주었더니 모두들 엄청 맛있다고 난리다.
‘당연하지 한국 슈퍼에서 파는 김치와 비교할 수가 없지’
엄마가 만들어준 김치를 맛보게 하면서 왠지 알지못한 뿌듯함과 엄마와의 지난 행복했던 10일이 다시 내가슴 한구석에서 웅얼웅얼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15넌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국식구들은 내가 게이라는 점을 받아드리려 하지 못해서 꽤 힘든 20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었다.
어쩌면 한국에 있는 수많은 게이들은 자신이 게이라는 점을 비관할 수 있다. 나도 그런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참고 견디고 세월이 지나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척 행복하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우리 엄마는 나를 100%로 받아드리지 못했다. 아직도 게이의 정의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동성의 파트너와 함께 같이 사는구나 라는 정도(가끔은 트랜스젠더와 착각하시곤 한다. 남자를 좋아하니 여자가 되고 싶냐는 둥)만 받아드린다.
생각해보면 이정도라도 나는 너무 감사하다. 누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자신도 아들이 있으니 그냥 거기까지 받아 드리겠다고 했다. 자신이 살아보니 사람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그래서 이정도까지 이해하겠다고 한다. 무슨 게이 라서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막내동생이 어떤 남자랑 같이 사는 것 딱 그 정도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주변에 나를 아는 게이 친구들은 나는 식구들에게 커밍 아웃을 하고 가족들이 이해해줘서 부럽다고들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게이들이 생각하고 꿈꾸는 이상적인 커밍아웃은 주변에 그리 많지 않기 떄문이다. 그들이 호주에 사는 한국인 또는 우리가 커밍아웃을 하는게 쉽다고 생각하는 서양 호주인 조차도 말이다.
커밍아웃은 누구에게나 쉽지않다.
또한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 본인조차도 자신이 이렇게 태어난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게 쉽지 않은데 이성애자 라 불리는 일반에게 그들과 다른 이반(게이)이 있고 이해해 달라고 하기에 그들은 너무 일반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해하기는 꽤 힘들다.
그리고 사람들은 꽤 이기적이다.
우리도 우리가 게이라서 너무 가족이나 이성애자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몰아 부치는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으니 그냥 그대로 받아드리라고 하지만 이성애자들도 자신이 경험 해본적이 없기에 천천히 게이에 대해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게 나의 바램이다. 일반들이 게이를 혐오하지 않고 그들의 동생 또는 친구로 주변에 있다는것 정도만 받아들여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호주처럼 한국도 일반은 일반으로 게이는 게이로써 그냥 삶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그 정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나는 11년을 호주에서 살면서 우리 식구들이 호주에 처음 온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무슨 영화에 한 장면 처 럼 처음부터 엄마가 나와 스티븐을 포옹하고 열렬히 우리를 부부로 인정한다는 엄청난 기대를 했던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파트너 스티븐과 스티븐의 자식들이 한국에서 온 나의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고 저녁을 대접하고 이정도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