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태어나서 나랑 한국의 가족이 다시 연결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by Ding 맬번니언


2017년 4월 28일 과거 이야기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10일간의 여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언제나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오늘은 한 가을 밤에 꾸는 달콤한 꿈처럼 가족들과 호주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평소 스티븐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오늘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남겨 두었다가 가족들이 호주에서 즐겼던 여러 식사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저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마지막날 저녁으로 식당을 예약해 두었다.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 청담동 또는 홍대라면 멜번에서는 단연 사우스야라 (South Yarra)에 위치한 Chaple St (채플 스트릿)을 꼽을 수 있다 젋은이의 거리로 유명해서 디자이너 옷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였는데 지금은 클럽과 유명한 식당들이 위치해서 멜번에서 밤 늦게까지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중 하나이다. 이중에서 멜번에서 유명한 식당 그룹인 LUCAS 그룹에 속해있는 Hawker Hall (호커홀) 이다.


루카스 그룹은 친친으로 유명한 퓨전 아시안 식당 그룹으로 각 식당마다 저마다의 테마가 있다 친친은 동남아시아 태국요리를 베이스로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식당이고 오늘 우리가 가는 호커홀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음식을 퓨전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예전에 Kong (콩)이라고 한국음식을 퓨전으로 한곳도 있었다 루카스 그룹에 속한 식당이라면 멜번에서 믿고 방문해도 좋다. 그중 우리는 멜번에서 가장 핫한 거리중 하나인 채플 스트리트에 위치한 호커 홀을 정한것이다.


식당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네온사인 으로 마치 한국 길거리의 노래방 간판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서 흡사 싱가폴의 호커센터 라고 하는 노점식당들을 모아놓은 듯한 거리에 와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양인 들에게는 우리에겐 익숙한 이런 풍경이 이국적이라 정말 좋아하는듯 하다.


모든 요리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음식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달고 짜고 튀긴 요리가 많다보니 어떤걸 시켜도 딱히 실패할게 없다.


우리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과 가족들이 좋아할만한 음식들로 넉넉히 시켜서 음식을 쉐어하기로 했다 보통 서양에서는 음식을 쉐어하는게 익숙하지 않은데 스티븐도 나와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제 친구들과 음식을 덜어서 함께먹는 문화에 익숙해 졌다.

한국에서 온 우리 식구들과 함께 음식을 덜어 먹으며 정을 나눴더니 엄마와 스티븐도 더욱 가까워 진듯 하고 작은누나도 스티븐이 단순히 나랑 사는 파란눈의 사나이 라는 생각에서 조금 더 이해하고 다가가게 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 진짜 이제는 마지막이다.

지난 10일간 우리 가족은 최대한 멜번에서 유명한 관광지들을 돌아보려고 노력했다. 멜번의 그림엽서에서 빠지지 않는 해안 절경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들의 끝없는 퍼레이드가 펼처지는 필립 아일랜드, 코알라와 캥거루를 볼 수 있었던 동물원 등 하루하루가 항상 새로웠고 매 순간이 즐거우면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니 솔직히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이 한없이 더디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내마음과 상관없이 벌써 마지막 작별을 해야 한다.

출국 바로 전에 엄마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었더니 엄마는 우리 아들이 너무 잘해 줘서 재미있는 여행을 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오랜만에 행복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좋았다라고 하셨다. 엄마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행복이를 목욕시켜 주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는 아직 옛날 사람이라서 게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막내 아들이 아이 키우면서 행복하게 사시는 것 그것으로 만족해하시는 것 같고 나 또한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들로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다.


단지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생각으로만 행복이를 가진것은 아니지만 나는 다시 한번 행복이가 이세상에 태어나 주어서 감사하다. 분명히 행복이가 태어나서 나랑 한국의 가족이 다시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다른 게이 커풀들도 대리모 혹은 입양으로 자식을 가지고 키우는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그리고 부모님들도 아이를 통해서 서로 가족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처음 내가 주변에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을때 한국의 대부분 게이들은 말도 안된다고 뭔가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내가 행복이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 주변에 행복이와 비슷한 알렉스등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이제는 호주에서 동성부부를 둔 아이들은 더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전세계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낳는것을 궁금해하고 또는 이미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언제 가는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분들도 자식을 가지고 나와 같은 행복을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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