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가족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가족은 친구와 다르게 버릴수도 바꿀수도 없다라는 것은 알고 있다.
11년만에 작은누나랑 조카 두명 그리고 엄마가 호주에 놀러오기로 했다.
한국에서 나에게 가족은 부모님과 위로 누나가 두명 있다. 사실 여행은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여행 당일까지 하루하루 셈할때 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보통은 내가 한국에서 가서 2주에서 3주를 머물다 오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보다는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한 김에 친구들을 만난 다거나 새로운 곳을 방문하게 되면서 3주내 가족들과 보내기는 힘들다.
더욱이 한국에 살고 있는 가족들도 그동안 살아온 자신들만의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일 또는 학교를 간다거나 나를 갓난아기 처럼 24시간 돌봐주진 않는다 다만 같이 집에 있는 동안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주말을 함께 보내는 정도? 나도 그래서 엄마와 작은누나네 식구들이 오면 무엇을 할까 고민해 보았다.
한국과 호주는 상호 비자협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비자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면 비행기표를 구매하면서 호주 관광비자 (ETA)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에서 결제까지 몇분 걸리지 않는 과정이지만 부모님이 하시는 거라면 예기가 달라진다 내가 직접 해드리는 수밖에 호주에 10일을 머무르지만 나는 4달전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엄마와 작은누나 가족이 머무를 방문 준비하고 꾸며야 했다. 다행히 조슈아가 독립을 하고 내가 작업을 해오던 아뜰리에가 있어서 그곳을 꾸미기로 했다. 처음에는 호텔을 잡아야 하나 같이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스티븐도 흔쾌히 같이 지낼 수 있다고 하여서 10일만 같이 잘 지내보기로 하였다 항상 내가 골드코스트로 가서 스티븐 가족과 지내기만 했지 나의 가족이 한국에서 방문해서 나와 스티븐 그리고 행복이가 사는 집을 방문하고 같이 지내는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27년을 가족으로 함께 살아왔지만 11년 이상을 따로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건 나의 괜한 걱정이었다.
가족이라는 것은 좋을 때나 슬프 때나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다.
한국에는 국제선 하면 대부분 인천 공항을 생각할 것이다 김해공항이나 제주공항도 국제선이 취항하긴 하지만 취항하는 도시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천공항을 통해서 한국에 입국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호주는 각 도시가 비행기로 최소 1시간에서 4시간은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시드니도 차로 1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우선 도착하는 공항을 설정하는것도 일이다.
한국에서 취항하는 국적기는 시드니와 브리즈번 까지만 운항하기 때문에 도착후 멜번까지 국내선을 이용하거나 처음부터 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경유해서 멜번으로 입국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한국식구들도 홍콩을 경유해서 오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엄마혼자 온다고 하면 걱정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작은누나와 조카들도 오니 한시름 놓고 나는 멜번 공항에서 도착한 가족들을 픽업하기로 했다. 멜번공항으로 갈수 있는 방법은 자차를 이용하거나 스카이버스라고 불리는 공항버스 또는 택시나 우버와 같은 라이드 쉐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직 멜번에는 공항철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집에서 공항까지는 편도로 약 한시간 걸린다 멜번에 도착 한 가족을 공항에서 픽업하고 우리집으로 오는 동안 스티븐이 직접 가족들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이미 여러번 친구들을 초대해서 검증된 바이지만 스티븐은 나와는 다르게 요리를 정말 잘한다 요리만 잘하는게 아니라 유투브를 보면서 뚝딱 뚝딱 집도 지어내는 능력을 보면 어떻게 이런게 가능할 수 있지? 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나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스티븐이 준비한 음식에 엄마는 물론 조카들까지 만족스럽다는 미소로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한국에서 방문한 나의 가족과 호주에 살고 있는 나의 가족 스티븐, 조슈아, 소피아 그리고 행복이가 함께한 호주에서의 첫 저녁식사에는 독립 해서 나가서 지금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스티븐의 아들 조슈아도 오랜만에 다시 우리집을 방문해서 한국에서 방문한 나의 가족들과 호주에서 살고있는 가족들이 처음으로 인사를 하고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한국에서 나의 가족이 방문해서 그걸 지켜보고 있다는것을 제외 하고는 그런데 평상시와 같이 나를 빼고 스티븐 조슈아 그리고 소피아가 자기들끼리만 식사중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누나가
“너만 빼고 뭐라고 하는거야?”
그렇다 평소와 똑같이 너무 자연스런 광경이라 나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느끼던 감정이 나의 오해가 아니라 잘못된 감정이 아니었다는 것은 작은 누나에게도 바로 보였던 것이다. 누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만 빼고 지금 스티븐 조슈아 그리고 소피아 세명이 너무 행복해보인다. 너는 왕따인것 같아, 너무한거 아니야? 누나가 그렇게 말하는 데 순간 울컥했다. 수년동안 매번 함께 식사를 할때마다 친구들이나 주변에 지인들은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작은누나는 바로 인지하고 그것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혈연은 이래서 다르구나 라고 느꼈다.
우리 누나는 나의 편에 서서 나의 마음을 호주에 도착한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번 보고 바로 알아주었다. 그동안 가끔 이런 마음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나만 가족이 아닌것 같은 기분 물론 그것은 나와 스티븐이 아닌 스티븐의 자녀들인 조슈아와 소피아에게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내가 느끼는 이감정은 질투도 부러움도 아니다.
나도 한가족이라는걸 증명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증명해 보이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감정들과 싸운다고 느끼는 그런 생각을 계속 해야만 했다. 피가 통하는 혈연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부정하고 싶지만 혈연은 호주에도 존재하고 나는 오늘 작은 누나를 통해서 그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처음 호주에 와서 처음 나의 호주 식구들을 본 누나가 바로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느꼈던 하지만 알지 못했던 나의 상처를 순식간에 알아봐주고 이해해주며 걱정해 주던 누나에게 고마웠다.
11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다않고 나를 보기위해 8,000km 가 넘는 거리를 비행기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와준 우리 가족 덕분에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내가 느껴본 순간 이랄까? 밥한끼 했을 뿐인데 그동안 내가 한국 식구들에게 받았던 나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