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시차에도 완전히 적응한 오늘, 우리는 스티븐 부모님과 조쉬아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점심을 먹었다.
여행에서 사 온 아이들 선물을 나눠주며 웃음꽃이 피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때 영국에 사는 스티븐 조카의 소식이 나왔다. 최근 그녀가 딸을 낳았는데 이름은 애들레이드 머시 리였다. 호주 도시와 같은 이름이라 그런지 조금 낯설고 올드한 느낌이 들었다. 스티븐은 농담처럼 “차라리 골드 코스트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어원: 독일어 Adalheidis에서 유래.
뜻: “고귀한, 귀족적인” + “친절한.”
어원: 영어 덕목 이름.
뜻: 자비, 용서, 은총.
그런데 이 이름에는 단순히 취향만 담긴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중국인, 어머니가 호주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였기에, 중국 부모님의 문화적 영향이 많이 묻어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아기가 태어난 뒤 3개월 동안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외출을 제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서양인에게는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신생아와 산모를 보호하는 당연한 관습이었다.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는 이름에 부모의 염원과 의미를 담아 아이의 인생에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반면 서양에서는 전통이나 개성, 혹은 단순한 취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도시 이름이나 자연에서 따온 단어조차 거리낌 없이 이름으로 사용된다.
결국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 가정이 속한 문화와 가치관의 집약체다. 애들레이드라는 이름 속에는 호주라는 배경과 중국 부모의 세계관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아시아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는다면, 서양은 현재의 개성과 자유를 중시한다.
아기의 이름 하나에도 두 문화가 나란히 공존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름은 그저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과 세대, 문화를 잇는 다리라는 사실을.
애들레이드라는 이름은 분명히 뜻만 놓고 보면 아름답다. 도시 이름에서 따온 만큼 역사와 상징성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호주에서 이름으로 사용하는 흔한 이름은 아니다. 귀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굳이 한국식 감각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성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름 자체는 고유하고 그럴듯한 뜻을 담고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쉽게 사용되지 않고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름 말이다.
결국 이름은 뜻과 별개로, 시대적 분위기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진다. 애들레이드라는 이름 역시 그 가족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하겠지만, 외부인의 귀에는 낯설고 조금 무겁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낯섦이야말로 이름이 가진 또 다른 힘인지도 모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