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한 끼에 50만 원

by Ding 맬번니언

오늘부터 행복이의 2주간 방학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정신없이 그의 일정을 짜느라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월요일은 아침에 테니스 캠프, 오후에는 친구 자스퍼 집에서 슬립오버. 화요일은 집에서 쉬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다시 스포츠 캠프. 금요일은 친구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 주 일정만으로도 꽉 찼고, 다음 주 계획은 아직 세워야 한다. 아이의 방학은 결국 부모의 또 다른 ‘프로젝트’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오늘은 행복이가 친구집에서 슬립오버를 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은 시점이라, 오랜만에 스티븐과 둘만의 데이트를 가지기로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당 아메리카노에 6시 예약을 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식당은 아직 한산했고, 우리는 익숙한 듯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애피타이저를 즐기며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던 중, 스티븐이 내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주변을 살짝 둘러봐.”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놀랐다. 열 개의 테이블 중 일곱 테이블이 동양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멜버른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 한가운데, 동양인의 존재감이 이렇게 크다는 게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특히 바로 옆 테이블의 젊은 커플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이 여자친구의 20번째 생일이라며 조용히 축하하고 있었다. 그들의 테이블에는 와인과 풀코스 요리가 차려졌고, 분위기는 무척 고급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받아 들었을 때는 또 한 번 놀랐다. 합계는 50만 원. 평소 우리가 저녁 한 끼에 40만 원 선을 쓰기는 했지만, 스무 살 생일에 이런 금액을 지불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나는 20살 때 이런 경험은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세상은 이렇게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식당에서 만난 20살 커플을 보며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의 20살은 저녁 한 끼에 수십만 원을 쓰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아껴 쓰며 친구들과 값싼 밥을 나누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생일을 맞아 누군가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20살,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경험과 순간의 즐거움에 돈을 쓰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가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저축하는 데 익숙했다면,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중시한다. 어쩌면 그것이 세상이 변한 증거일 것이다.


물론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는 없다. 우리 세대가 가진 근면과 절약의 미덕이 있다면, MZ세대는 자기 자신을 즐기고 표현하는 자유로움이 있다. 식당 옆자리에서 웃음을 나누던 20살 커플의 모습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부러울 정도로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세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행복이 시대 아이들은 또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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