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형과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에 돌오니, 슬립오버를 마친 행복이가 이미 돌아와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어땠냐고 물었지만, 행복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곧바로 게임에 몰입했다. 게임. 늘 문제의 시작이었다.
치카와 산책을 나가며 나는 행복이에게 말했다. “2시까지만 게임하고 그만하자.”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저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그는 약속을 깨고 당당히 4시까지 하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결국 아이패드를 빼앗았고,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스티븐이 중재를 시도했지만, 이미 내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생각이 스쳤다. 오늘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화를 내고 상황을 끝내는 대신, 아이와 새로운 약속을 만드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행복이에게 제안했다. “좋아, 그럼 3시까지 치카랑 신나게 놀아. 그리고 3시부터는 공부를 하자.” 그렇게 말하며 내 안의 화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행복이는 마치 배운 것을 모조리 지운 듯, 가장 기초적인 산수와 영어도 금세 잊어버리고 있었다. 단순한 문제 하나를 풀어내는 데도 진땀을 빼야 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공부는 나를 완전히 지치게 만들었다. ADHD를 가진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그 힘든 시간을 끝내고 우리는 다시 치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아직 여섯 달 된 강아지 치카는 계속해서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한다. 걷는 법, 앉는 법, 기다리는 법 모든 것이 반복의 과정이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행복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이 역시 같은 과정을 통해서만 자란다.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때로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알려주어야 한다.
육아는 결국 끝없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치카를 훈련시키며 깨달은 진실이, 내 아들을 가르치는 길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순간 다짐했다. 더 이상 화로만 아이를 통제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반복과 인내로 길러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오늘의 힘겨운 한 시간이, 어쩌면 그 시작일지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피아노 기초를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다시 느꼈다. 반복 훈련의 힘이다. 행복이는 같은 음을 여러 번 치다 보면 지루해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기본 중에 기본 박자를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절대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박자를 세어 주며 끊임없이 같은 부분을 다시, 또다시 연습하게 했다.
사실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패드 사용도, 공부도, 피아노도 결국 원리는 같다. 순간의 흥미와 욕심을 내려놓고, 반복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 그 과정이 힘들고 지루해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진짜 실력이 된다. 나는 행복이가 이번 훈련을 통해 단순히 피아노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본 태도를 배우기를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반복하며, 결국 자신을 단련하는 법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