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대로 가성비를 철저히 따지는 사람이다. 오늘은 그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 하루였다. 아침에는 행복이를 스포츠 캠프에 보냈다. 내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가성비 끝판왕’ 캠프였다. 무려 2일에 50불. 게다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월요일에 보낸 3시간짜리 캠프가 60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믿기 힘든 가격이다. “이래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라는 내 철학이 제대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행복이를 캠프에 맡기고 나는 쇼핑에 나섰다. 치카가 점점 커지고 여름도 다가오니 여름용 침대를 사주고 싶었다. 역시나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끝에 가장 저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제품을 구입했다. 이렇게 하루가 완벽하게 ‘가성비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저녁이 문제였다.
행복이와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우리는 Five Guys라는 유명한 햄버거 가게에 갔다. 그런데 제일 저렴한 햄버거가 무려 18불(대략 2만 원)이었다. 비싼 건 20불이 훌쩍 넘고, 거기에 감자칩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음료수는 따로 10불. 계산서를 받아 든 순간, “이건 가성비의 참패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 난감한 건 행복이었다. 입이 까다로워 아무거나 잘 먹지 않는데, 이미 짜증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여자가 다른 가게에서 사 온 음료를 들고 와서 이곳에서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래도 Five Guys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 비싸기에 다른 곳에서 사 온 것 같았다. 그것을 보고 순간 번뜩였다. 우리도 과감히 Five Guys를 나와 바로 옆 맥도널드로 갔다. 행복이는 햄버거와 음료를 단돈 8불에 해결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Five Guys에서 30불을 지불했다.
나는 오늘 확실히 배웠다. 아무리 이름난 가게라도 가성비가 무너지면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맥도널드 8불짜리 햄버거가 주는 만족감이 30불짜리 Five Guys보다 훨씬 컸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Five Guys 같은 비싼 햄버거를 찾는다. 단순히 맛 때문일까? 아니면 브랜드가 주는 경험, “나는 이런 곳에서 먹는다”라는 만족감 때문일까?
나에게 가성비는 음식의 양과 가격만이 아니라, 내가 얻는 만족감의 총합이다. 그 만족감이 무너지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나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우선 나에게 Five Guys는 맥도널드보다 못하는 존재로 자리 잡혔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올진 모르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