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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둘이 함께 받은 상이 아닐까 싶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행복이의 학교에 다녀왔다. 포스터 대회에서 일등을 한 행복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는 날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직접 무대 위로 행복이를 불러 상장을 건네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행복이가 상을 받는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태어나서 나 자신은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 장면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게 대리 만족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행복이에게도 오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이는 교장 선생님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혹시 몰라 미리 연습시켰지만, 긴장한 탓인지 연습한 것을 전부 잊어버린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짧은 시간 동안, 행복이와 함께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집에서 포스터를 그리고, 색을 고르고, 다시 수정하던 그 모든 시간들.


결국 오늘 가장 소중했던 건 ‘일등’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웃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수를 고쳐 나가던 그 시간들이 무대 위에서 상을 받는 단 한순간보다 훨씬 빛났다.


오늘 행복이가 받은 상은, 어쩌면 우리 둘이 함께 받은 상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것 같다. 아이의 손에 쥐어진 상장보다,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환하게 빛났던 하루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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