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한국 가수의 공연을 멜버른에서 보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일과 일정이 맞지 않아 늘 놓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트와이스의 멜버른 공연을 무려 19년 만에 처음 가보는 한국 가수 콘서트였다.
지인 셋과 나, 총 네 명이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솔직히 ‘열혈 팬’은 아니다. 그래서 공연을 앞두고 몇 달 동안 트와이스의 노래를 일부러 들었다. 가수들의 이름도 외우고, 안무와 무대 영상을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콘서트에 가기 전까지 멤버가 9명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만큼 나에겐 ‘새로운 세계’였다. 그런데 막상 공연 날이 다가오자 내 안에서 오래 잊고 지냈던 설렘이 조금씩 살아났다. 행복이를 키우면서 익숙한 일상, 규칙적인 루틴 속에서 오랜만에 ‘청춘의 열기’가 다시 나를 깨우는 느낌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다. 수천 개의 응원봉이 일제히 빛을 내며, 분홍빛 파도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도 응원봉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중고도 구입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멜버른의 밤공기 속에서 그 불빛은 마치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듯 반짝였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이 밝아지자 순간, 함성이 폭발했다. 그 소리는 귀를 울리는 소음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진동이었다. 첫 곡이 시작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몇 달 동안 들었던 그 노래가 지금 이곳에서,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멤버들이 무대 위를 달리며 노래하고 춤출 때 그들의 에너지와 팬들의 열기가 서로 부딪혀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트와이스의 팬도 아니었던 내가 이 순간만큼은 그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주현이는
“형, 진짜 멋있다!”라고 외치며 양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세대와 언어, 문화가 달라도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리듬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벅찼다.
무대가 절정에 다다르자 조명이 객석을 비추고, 수천 개의 얼굴이 동시에 빛났다. 그 속에서 나는 문득 19년 전,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세상을 두려워했고, 나 자신을 숨기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인들과 함께 이 무대의 환호를 즐기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함께하는 짧은 순간들도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오늘 공연이 준 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완전히 꺼졌을 때, 모두가 아쉬운 숨을 내쉬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트와이스의 무대가 아니라, 내 삶이 다시 빛을 내기 시작한 무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명이 아팠는지 오늘은 8명만 공연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누가 아파서 참석을 안 했는지 모르고 공연을 끝냈다. 그리고 다른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모르기는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