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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그렇게 다채롭게 살아?

by Ding 맬번니언

지인들이 종종 묻는다.
“어쩜 그렇게 다채롭게 살아? 어떻게 그렇게 바쁘게 이것저것 하고 살아?” 어제 트와이스 공연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 때마다 그들은 놀라움과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나를 본다. 40이 넘은 그들은 대부분 나처럼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제대로 늙고 싶어요.”늙는다는 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조용히 뇌가 죽어가는 것이라는 걸 안다. 사람들은 빨리 늙지 않으려면 운동을 하라고,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 늙지 않기 위해서는, 뇌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뇌는 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험, 낯선 장소,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이 우리의 뇌를 움직이게 한다. 만약 그 자극이 끊기면, 뇌는 서서히 멈춰버린다. 그리고 퇴화하기 시작한다.


나는 루틴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규칙적인 하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길을 걷고,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삶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내가 뇌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일상의 나만의 루틴 안에서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루틴은 뇌에게는 “위험한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과 다르지 않다면 뇌는 점점 덜 움직인다. 그건 결국 천천히 죽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나를 흔들어 깨운다. 트와이스 공연을 보며 열광하고,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고, 다른 세대의 언어와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안의 ‘젊은 뇌’를 계속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다.


행복이는 매 순간이 새롭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친구들과 노는 것, 심지어 어제 했던 일조차 오늘은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늘 처음이고, 모든 건 흥미롭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40이 넘어 버린 지금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하늘을 보며, 때로는 하루가 어제의 복사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이를 보면 다짐한다. 잘 늙고 싶다고.


빠르게 가 아니라 느리게, 하지만 흐릿하게 가 아니라 생생하게. 멈추지 않고,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게 내가 찾은,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제대로 늙는 법’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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