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부부 사이, 부모 자식 사이,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차 말이 닿지 않아 속이 꽉 막힐 때가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물은 오히려 더 잘 소통되는 존재가 아닐까? 치카가 우리 가족에게 온 지 벌써 아홉 달이 되었다. 처음엔 서로를 조심스레 탐색하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하루의 리듬을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었다.
아침 5시 30분쯤, 치카는 짧게 울어 나를 부른다.
그 울음은 "일어나, 나 준비됐어"라는 신호다.
나는 치카를 데리고 나가 소변을 보게 하고, 돌아와 아침을 챙겨주고, 산책을 한다. 그리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한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치카는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말 한마디 없지만, 그 뛰어오는 발걸음과 흔들리는 꼬리에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리고 다시 산책을 나가고, 오늘처럼 날씨가 더운 날이면 치카가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도 한다.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면, 치카는 그 물줄기를 따라 뛰고, 맞고, 피해 다니며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힘 그것이 동물이 주는 위로다.
반대로 사람은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서로의 입장이 부딪힐 때도 많다. 하지만 동물은 단순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있는 그대로 다가온다. 기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치카와 함께하는 시간은 오히려 사람보다 더 깊은 소통을 느낄 때가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와 감정이 스며든다. 치카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고, 나는 치카를 통해 하루의 균형을 되찾는다. 요즘 나는 점점 깨닫는다. 삶에서 '치유'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누군가의 존재가 조용히 옆을 지켜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버텨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치카는 단순히 반려동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마음을 다독이는 작은 치료사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 덕분에 오늘도 조금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