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해 연차를 사용

by Ding 맬번니언

어제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치고 오늘 하루 연차를 냈다. 하지만 연차의 이유는 파티의 여파가 아니었다. 오늘은 드디어 행복이의 수영 카니발이 있는 날이었다. 행복이는 한동안 수영을 쉬었다가 최근 다시 개인 강습을 받고 있다. 솔직히 나는 강습이 아이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대회 결과는 기대만큼 극적이지 않았다.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들과의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실력이 더 좋은 아이들과의 경기에서는 졌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났다.
“이 정도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그런데 아이는 경기 직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한 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는지, 이후 다른 종목들은 기권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기권은 도전조차 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것’ 그렇게 단정 지으며 속으로 실망하려던 찰나, 다른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은 시야가 넓어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영 카니발은 경쟁이라기보다 ‘선택’의 의미가 더 커진다고 했다. 실제로 카니발을 구경하는 학부모 수도 저학년 수영 카니발 보다 적었고, 더 놀라운 건 경기 참여 자체가 옵션이라는 사실이었다. 한 경기도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도 꽤 있었고, 저학년 때 기억하는 수영장 분위기보다는 많이 느슨했다. 실력의 차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환경 속에서도 행복이는 적어도 출발선에 서기 위해 수영장까지 왔다. 경기를 했고, 이겼고, 졌고, 그리고 기권도 했다. 나는 행복이에게 경기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수영장을 떠나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 다른 종목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마음 한편에서 아쉬움이 올라왔다. 나는 오늘 휴가를 내고 아이의 곁에서 그 모든 순간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실망했고, 조금은 속상했지만, 가장 크게는 배웠다. 부모가 아이 본인 자신 보다 더 앞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의 속도를 어른의 욕심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행복이는 완벽하지 않다. 사실, 완벽한 아이는 세상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행복이가 도전했고, 실패했고, 포기했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아이를 만든다.


행복이가 5학년이 되면서, 나는 아이들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극적일 수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오늘 수영 카니발에 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느낀 건 체형의 급격한 차이였다. 어떤 아이는 내 어깨와 거의 비슷한 높이에 있었고, 또 어떤 아이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작은 모습이었다. 단지 1~2년 차이일 뿐인데,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처럼 확 달라져 있었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타고난 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 차이는 실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살을 가르는 속도, 출발 발차기의 힘, 턴을 할 때 주저함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 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에서 조용히 자기 페이스로 헤엄치는 아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경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이 아이들은 같은 나이지만 전혀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른이든 아이든, 우리는 결국 자신의 페이스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행복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행복이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고, 포기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행복이는 스스로에게 뭐가 맞고, 뭐가 맞지 않는지를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의 능력을 받아들임’이라는 걸 조금 배운 하루였다.


부모의 마음은 늘 아이가 더 잘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아이의 속도, 체격, 기질, 마음가짐까지 모두 똑같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나는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배운 이 사실을 마음속에 조용히 적어두려 한다.

“성장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모도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아이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오늘 나는 그 한 문장을, 아이의 물결 위에서 또렷하게 배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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