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동심은 과연 언제 무너질까.
아니, 무너진다는 말보다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25일 크리스마스다.
그래서 우리는 스티븐의 손주인 리암과 베서니를 위해 선물을 골랐다. 아직 산타를 온전히 믿고 있을 나이의 아이들이다. 예쁜 옷을 세트로 맞추며,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선물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복이 선물 이야기가 나왔다. 내년에 6학년이 되는 행복이는 이미 산타의 존재를 알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믿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나에게 직접 보여준다.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기다림’의 날이 아니라, ‘선택’의 날이 되어버렸다.
크리스마스이브날도 그랬다. 행복이는 포켓몬 카드를 갖고 싶다며, 어떤 카드가 있는지, 어떤 팩이 좋은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문제는 우리가 가려던 집 근처 포켓몬 카드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그냥 아무 가게에서 아무 카드나 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충분했을 선택이었다.
하지만 6학년이 된 행복이는 달랐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근처에 다른 포켓몬 카드 가게가 있다며 보여주었다. 차로 20분 거리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 거기 가면 안 돼?”
그 질문 속에는 떼쓰는 아이의 투정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계산할 줄 아는 아이의 논리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결국 그 가게로 향했고, 행복이는 원하는 포켓몬 카드를 직접 골랐다. 계산대 앞에서 그는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의 동심은 이미 산타와 함께 사라진 걸까. 아니면, 형태만 달라진 걸까. 예전에는 ‘산타가 골라서 주는 선물’을 믿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선택해서 받는 선물’을 분명히 아는 아이가 되었을 뿐이다.
동심은 깨지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언어로 천천히 번역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5일(행복이는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다)은 크리스마스다.
산타를 아직 믿는 아이도, 믿지 않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도 있는 날이다. 누구든지 선물을 받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날이다. 단지 산타가 주는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있고,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른 아이가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행복이의 성장을 조금 씁쓸하면서도, 조용히 축복하고 있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