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위해 시티로 나갔다. 처음 계획은 나와 케이, 둘만 조용히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합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은 커졌고, 결국 열 명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날 모인 사람들 중, 인생의 동반자가 여자였던 사람은 케이뿐이었다. 그리고 다들 게이들이다. 주현이와 레이는 싱가포르에서 놀러 온 친구를 데리고 왔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먹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 같은 것이 있었다. 이야기 끝에, 싱가포르에서 온 그 친구가 말했다.
“게이 클럽에 가보고 싶어요.”
연말이기도 하고, 이벤트도 많을 것 같아 나는 몇 군데를 찾아 보여줬다. 그러자 그는 진지하게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나 말고 한 사람만 더 가면 같이 가자.”
그런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순간, 테이블 위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때 레이가 케이에게 물었다.
“너 오랜만에 클럽 가도 되지 않아?”
그 말을 듣고 있던 페이가 곧바로 말했다.
“케이 오빠는 게이 클럽에 안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다. 웃으며 다른 이야기로 흐름을 바꿨다. 그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은 내 안에 조용히 남았다.
케이는 게이로 살다가, 일반 여성과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다. 지금은 나름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이면서 게이에 대한 것이 조심해야 할 이야기가 되고, 게이 클럽은 ‘가면 안 되는 공간’이 되며, 그의 정체성은 현재의 삶을 위해 자연스럽게 정리되어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누군가는 배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관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정체성이 얼마나 쉽게 ‘불편한 것’으로 밀려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우리는 케이의 선택을 존중하기에 싸우지 않았고, 아무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용히,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케이 커플은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 ‘잘 지냄’ 안에, 누군가는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 생기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생기며, 조금씩 접어야 할 자신이 생긴다. 게이가 여자와 결혼한 뒤의 삶은 겉보기엔 평온할지 몰라도, 그 평온이 무엇을 대가로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페이는 케이가 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케이는 그 사실을 숨긴 적도 없고, 모른 척한 적도 없다. 사람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말로는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이해한다고 해서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지식과 감정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개인 차가 있다. 나는 두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했으면 좋겠다.게이 커풀과 또다른 가족 형태이기 때문이다.
https://www.facebook.com/share/v/19xAYoVZN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