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70년 전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by Ding 맬번니언

작년 소피아의 약혼식에서 찍은 두 사람의 모습이 있다. 그들은 70년 전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부부다. 사진 속 두 사람은 특별한 포즈를 취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서 있을 뿐인데,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역사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스티븐과 저렇게 나란히 오래 서 있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 만으로 충분한 사이로 지내고 싶다. 나는 스티븐의 가족들이 상황을 대하는 방식이 참 좋다. 아버지의 상태가 언제 어떻게 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가족이었다면 슬픔을 앞당겨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슬퍼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리쳐 울고, 걱정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우울해할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의 가족들은 달랐다. 오늘 우리는 조쉬아의 아들, 리암의 세 번째 생일 파티에 갔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집 안을 채웠고, 사람들은 케이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었다.


가끔 스티븐의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조용히 다른 이야기로 분위기를 옮겼다. 외면이 아니라 배려였다. 슬픔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삶은 이렇게 사는 것 같다.


지금 가장 힘들 사람은 아마 스티븐의 어머니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웃으며, 자신과 남편이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젊었던 시절, 처음 눈이 마주쳤던 순간, 함께 걸어온 긴 시간들. 그 이야기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삶의 방식처럼 들렸다.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슬픔을 부정하지 않되, 슬픔이 전부가 되지 않게 사는 삶.

죽음을 앞에 두고도, 삶을 놓지 않는 태도로 하루를 보내는 방식.


게이로 태어났을 때,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오래 함께할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쌓아가며, 손주의 생일 파티에 다녀와 저녁 식탁에서 웃고 이야기하는 삶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내 삶을 저주하고 슬퍼만 해야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 3월 10일이면 20년을 함께한다. 아직 70년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 방향만큼은 닮아가고 싶다.


언젠가 다른 게이 커플들이 우리를 보며 “저 사람들도 오래 함께했구나”라고 말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란히 서 있는 법을 배우며,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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