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면 사람은 쉽게 정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매주 일요일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사실 깜빡 잊어버렸다. 나에게 분명 중요했던 일인데도 말이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아무리 소중한 것도, 아무리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아주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린다.
그 생각이 문득 다른 곳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을 하고, 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지에 대해서다. 어쩌면 그들도 잊어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한 말, 한 행동, 그로 인해 누군가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그리고 더 쉽게 잊는다.
가해자는 두 다리 뻗고 잘 살아가니까.
그렇다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갑질의 피해자들,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정말로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힘들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기억 속에 머물러 살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가해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데, 피해자만 평생 그 자리에 묶여 있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물론 쉽지는 않다.
상처는 종종 예고 없이 떠오르고,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어느 날은 다시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 게이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곧 2월이면, 내가 호주에 온 지 20년이 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 있던 상처들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치유되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안다.
사람은 잊어버리기도 하고, 기억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어떤 기억은 붙잡고, 어떤 기억은 내려놓으며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오늘 일요일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삶은 때때로 흐트러지지만 그렇다고 방향까지 잃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내가 치유되었다면 당신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