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ON), 호카(HOKA)
일 년에 한 번, 나는 나를 점검하는 날을 갖는다. 케어 플랜을 받는 날이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 간호사를 만났다.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올해의 목표를 다시 정리했다. 이 시간은 늘 묘하다. 잘 버텨온 시간과 놓쳐버린 시간,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들이 차분히 한 장씩 펼쳐진다.
솔직히 말하면 작년은 ‘몸을 다시 믿게 된 해’였다.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시작한 운동은 무릎과 어깨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를 배신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제는 통증 자체를 관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참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의사를 만나 다시 계획을 확인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러나 멈추지 않는 방향. 몸은 쉬고 싶어 할 때도 있지만, 완전히 놓아버리면 다시 시작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이제는 안다. 크리스마스와 연휴 동안 잠시 멈췄던 헬스장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다시 시작’이라는 말이 부담이 됐을 텐데, 요즘은 그냥 루틴을 다시 잇는 느낌이다. 대단한 각오 없이도 계속할 수 있는 상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이다.
그런데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화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신발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다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나는 철저한 ‘영포티 나이키 세대’다. 운동화는 나이키가 최고라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디자인도, 브랜드도, 감성도 모두 그쪽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뉴발란스를 시작으로, 호카, 온.
기능성과 쿠션, 관절 보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멋보다 몸을 먼저 생각하는 선택들이다.
호카(HOKA)
호카는 처음 보면 솔직히 낯설다. 밑창이 너무 두껍다.
“저걸 신고 뛰면 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막상 신어보면 전혀 다르다. 쿠션이 바닥을 밀어 올려주는 느낌이 있고, 착지 충격을 확실히 흡수한다. 특히 무릎과 허리에 이미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이 신발이 선택받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이건 기록을 내기 위한 신발이 아니라, 계속 운동하기 위한 신발이다.
온(ON)
ON은 기능적으로 가장 ‘현대적인’ 느낌이다. CloudTec 구조 덕분에 착지할 때는 부드럽고, 밀어낼 때는 단단하다. 처음엔 약간 낯설지만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발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간다. 걷기와 가벼운 러닝, 일상 이동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어 운동과 생활의 경계를 흐리는 신발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예전에는 멋있게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오래 걷고, 오래 버티고, 덜 아픈 게 중요해졌다. 케어 플랜이라는 건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이제는 나를 어떻게 돌보며 살 것인가”를 묻는 질문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신발들(온,호카)을 구입했다. 단지 운동화를 바꾼 게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번 주말은 소피아의 결혼식이다. 턱시도를 꺼내 입으며 나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바로 몸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중년들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더 오래, 그리고 가능하면 즐겁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