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학교에 돌아가고, 나는 조금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낸다. 집이 조용해진 시간에 혼자 차를 마시며 흑백요리사 2를 보고 있었다. 출연자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니, 어쩌면 대단하다기보다 한 가지에 그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10년 혹은 60년을 한 일에 매진하는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도 한때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유명한 작가가 되는 상상도 해봤다. 초반에는 매번 글을 올릴 때마다 심장이 조금씩 뛰었고, 조회수와 반응에 일희일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글은 여전히 쓰고 있지만, 처음의 열정은 오래전에 식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더 이상 기대 없이 그냥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나에게 11년이 지났는데도 식지 않은 열정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식이다.
나는 게이로 태어났지만, 행복이를 키우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불타오르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버티고, 돌보고, 배우고 있다. 뜨겁지는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감정. 그게 나에게는 가장 오래가는 열정이었다.
흑백요리사 2의 우승자가 했던 말이 오래 남는다.
“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열심히 하는, 평범한 셰프입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계속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라는 말.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사람처럼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서 강한 힘을 느꼈다. 어쩌면 그 평범함과 꾸준함이야말로, 천재를 이길 수 있었던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분명 나보다 더 힘든 조건에서, 다른 나라에서, 혹은 한국에서 게이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겪는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완성도 높은 글이 아니어도, 대단한 깨달음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그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가능한 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값진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힘의 원천은 내 아들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