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오늘은 그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 날이었다. 나는 스티븐의 생일이기에 그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었다.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옷의 단추를 하나 잘못 끼우면 끝까지 어긋나듯이, 오늘은 아침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느슨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아침이었는데, 그 틈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 행복이 약을 주는 것을 잊어버렸다. 작은 실수였지만 그 여파는 바로 나타났다. 스티븐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행복이는 평소보다 더 산만했고, 더 예민했고, 우리를 지치게 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었고, 우리는 우리대로 버거웠다.
그 와중에 스티븐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생일이었고, 오랜만에 자신을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점심은 길어졌다. 무려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 나는 속으로 조급해졌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해졌다. 그런 스티븐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분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오늘은 그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감정이 엇갈린 상태로 연극을 보러 갔다. 그리고 그 연극이 이상하게도 오늘 우리의 상태를 정면으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연극 속에는 한 게이 커플이 등장했다. 그들은 오픈 릴레이션십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관계 안에서 또 다른 남자가 들어오면서 균형이 흔들린다. 주인공 조슈아는 남편과 함께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조슈아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관계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연극은 누구를 악인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저 감정이 어떻게 사람을 끌고 가는지를 보여줬다. 사랑은 아니 마음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덕과 약속, 책임과 현실이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감정은 그 틈을 찾아 들어온다. 조슈아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인간이었다. 사랑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감정에 흔들릴 수 있는, 모순적인 존재.
나는 그 이야기를 보면서 불편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됐다. 우리는 종종 관계를 안정과 계약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관계를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다. 그리고 감정은 늘 예측을 배반한다.
오늘 하루도 그랬다. 나는 좋은 하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감정은 그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행동에 지치고, 남편의 느긋함에 조급해지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동시에 버거움을 느꼈다.
연극이 끝났을 때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관계를 꿈꾸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것은 감정의 파도 위다.
누군가는 그 파도에 흔들리고, 누군가는 그 파도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누군가는 그 파도 위에서 겨우 균형을 잡는다.
아마 관계라는 것은 서로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일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같이 일어나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단추를 잘못 끼운 하루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옷을 버리는 날은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를 재우고,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은 다시 단추를 제대로 끼워보자고 생각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래서 망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사랑하기도 한다. 절대로 포기하고 도망가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일이 이기에...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