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톰이 미리 웨딩 사진을 찍기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이다. 도착 다음 날 바로 촬영 일정을 잡았는데 하필 그 날 아침, 창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바람이 뺨을 스치는 수준을 넘어 때릴 것처럼 불어왔다.
‘그래, 가는 날이 장날이지.’ 마침 그때쯤 내 앞머리가 조금 긴 상태였는데 바람 때문에 마치 가발을 막 쓴 사람처럼 일자로 꼿꼿하게 서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마다 웃음을 참으며 야외 웨딩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야외 사진 촬영은 자연광에 의지해 찍어야 해서 날씨가 가장 중요한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바람이 그토록 세게 부는데도 비는 오지 않아 촬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클래식 카를 타고 뉴질랜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클래식 카를 타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차 안쪽 구조는 옛 형식 그대로인 것이 탑승감은 불편한 편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카 자체가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었고 무엇보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아서 기대감이 커져갔다
우리 웨딩 사진 촬영을 담당해준 사진사는 중국인이었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는데 촬영 당일 사진사가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우리를 지나가던 뉴질랜드 주민이 그 마스크에 갑자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중국과 달리 공기가 좋으니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며 신경질적으로 마스크를 벗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사진사가 감기에 걸려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그 뉴질랜드인은 우리의 말을 귀 담아 듣지 않고 여러모로 불쾌한 차별적인 단어를 내뱉었고 우리 모두는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는 우리가 게이이고 게이가 결혼 사진을 찍는 것에 불만이 아니라 사진사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 사람에게는 마스크를 야외에서 착용하는 것이 우리가 게이라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더 나눈다고 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좋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 자리를 넘기고 기분 전환을 위해 예쁜 식당을 찾아 들어가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내일 있을 행복한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