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과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톰과 히스의 결혼식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톰은 키가 2 m 정도 되는 훈남형의 중국인이며, 히스는 마음 편한 옆집 아저씨 같은 통통한 외모를 가진 백인 호주인이다. 두 사람의 말로는 외모적으로도 둘은 서로 원하던 이상형 그 자체라고 하니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인과 호주인의 결혼식이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이유는 뉴질랜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17일 뉴질랜드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결혼 수정 법안’을 찬성 77표, 반대 44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되었다. 반대 44표로 알 수 있듯 당시에도 뉴질랜드 언론 역시 이 합법화에 대하여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 중에는 이웃 나라 호주의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위해 뉴질랜드로 많이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호주는 2012년 한 차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실패한 직후였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함께 다뤄졌었다.
뉴질랜드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주례자와 두 명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 주례자는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인증서를 발행해주며, 2명의 증인은 혼인 신고서에 서명을 하여 혼인 신고서를 법적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이다. 나와 스티븐은 톰과 히스를 위해 기꺼이 증인이 되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고, 혼인 신고서에 서명을 해준 후 주례자에게 전달해 정부에 제출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나와 스티븐은 톰과 히스에 결혼식을 위해 막 호텔에 도착해서 천천히 짐을 풀고 신랑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2명, 아니 4명이 전부이다. 내 친구 톰이 내 결혼식 들러리(Best Man)으로 내 결혼식을 도와주었고 톰 역시 나에게 자신의 들러리를 부탁했다.
“영 나 너에게 할말이 있는데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무슨일인데 한번 말해봐?”
“내가 호주에 와서 지금까지 변함없는 친구는 너밖에 없잖아 그래서 부탁인데 내 결혼식 들러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렇긴 한데 이번엔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뭐라고?”
“농담이야. 그래~알지 너에게 나 말고 친구가 없다라는 것 그래서 결혼식이 언제야?”
“결혼식은 9월 28일날 하기로 했어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긴 한데 결혼식 장소가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에서 하기로 했어 아니 사실은 뉴질랜드에서 해야만 했어”
“너희 결혼식이라면 뉴질랜드 아닌 어디라도 가야지 그런데 왜 뉴질랜드로 정했는지 물어봐도 돼?”
“나는 한번 결혼하는 것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곳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 아무리 호주법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도 뉴질랜드에서 우리 결혼을 하기엔 우리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어”
톰은 이번 결혼식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호주에서 보다는 동성결혼이 합법인 뉴질랜드에서 결혼함으로써 완전한 법적 부부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다 나는 톰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무엇보다 다른사람이 아닌 나에게 물어봐준 톰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