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9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금요일 평상시 보다 일찍 학교에서 행복이를 픽업했다. 그 이유는 오늘 가족 캠핑을 간다. 그것도 처음으로 우리 가족은 레인보우 아빠 빅토리아 그룹에서 하는 캠핑에 참여하는 날이다. 아직까지 이렇게 단체로 모이는 캠프는 가본 적이 없는데 레인보우 아빠 빅토리아 그룹 (Rainbow Dads Victoria)에서 단체 캠프를 주선했다. 레인보우 아빠 빅토리아 그룹 (Rainbow Dads Victoria)을 줄어서 RDV으로 부른다.
RDV는 5년 전에 만들어진 그룹으로 게이 아빠들끼리 서로를 지지하고 도움을 주는 그룹으로 새롭게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게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그룹이다.
이 그룹은 게이 아빠를 둔 아이들에게 서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RDV는 대리모, 입양, 위탁 부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 드리는 그룹이다. 오늘 캠프에 참가하는 가족 중 우리가 아는 유일한 팀은 알렉스 가족이다.
우리가 가는 곳이 BIG 4 Yarra Valley Park Lane Holiday Park으로 텐트 캠핑, 카라반, 트레일러 등을 한 곳에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아무래도 캠핑은 텐트부터 캠핑 용품과 장비를 마련해야 하고 캠핑 용품 없이 캠핑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글램핑(글래머러스 캠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글램핑은 일반 캠핑처럼 텐트에서 지내는 것뿐 아니라 푹신한 베개와 고급 면 시트가 있는 침대가 포함되었다.
이번 RDV에 총 13 게이 가족들이 모였다. 홀리데이 파크라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로 캠핑장 안이 바글바글 하다.
다들 처음 보는 자리라서 서먹서먹한 인사를 나누고 13 가족이 각자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행복이도 책을 통해서 이미 다른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행복이에게 친구 알렉스 말고 더 많은 친구가 게이 부모 밑에서 자란다라는 것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 너무 좋은 기회다. 어른들은 친해지려면 더 시간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금방 친해져서 웃고 떠들고 서로 장난을 치면서 논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캠핑장 안에 있는 수영장에서 13 가족이 노는데 일반 커플보다 게이 커플이 더 많은 광경을 구경하니 그 모습이 새롭고 좋았다. 행복이가 태어나서 게이 부부가 일반 커플보다 많은 날은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그날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행복이 학교 전교생 600명 중 게이 부부는 우리 가족뿐인데 여기는 게이부부가 넘쳐나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둘째 날은 우리 가족만 Yarra Valley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야외에 나와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이번 캠프에 참가하기를 잘했다고 좋아했다. 내년에도 꼭 다시 오자고 했다. 점심을 먹고 캠프장으로 돌아가서 알렉스 쌍둥이 여동생 생일 파티를 했다. 이사벨라, 아비게일 두 명의 쌍둥이 동생을 둔 알렉스는 제법 오빠 같이 여동생들을 돌봐준다. 두 쌍둥이도 대리모를 통해서 태어났다. 2박 3일 동안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나와 스티븐이 행복이에게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로 했다. 그래서 행복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자신의 경험들이 삶의 밑천이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나의 경험이 나를 성숙하게 하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경험보다 값진 것은 없다고 나는 믿는다. 거기에 행복이랑 동갑애들이 4명이나 와서 같이 놀고 행복이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4명이 나이가 동갑이 여서 그런 것일까? 다들 태국 대리모 출신이다.
알렉스 이후 처음으로 보는 동갑 아이들과 행복이는 금세 친하게 지내고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모습이 원래부터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함께 자전거도 타고, 게임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그들은 서로를 받아 드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행복이에게 글램핑에서 자면서 이야기했다.
"행복아~세상에 너 말고 알렉스 말고 수많은 게이아빠와 아이들이 있어 오늘은 그중에 몇 가족만 본 거야" 행복이가 놀라면서 "이것보다 더 많아?"
"학교엔 비록 너 혼자 게이아빠가 있지만 오늘을 기억하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자"
행복이도 처음으로 알렉스 이외 다른 동갑 아이들을 보고 많이 좋아했다. 세상의 자신 혼자만 아빠 둘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받아 드리는 것 같다. 그리고 행복이가 성장해 가면서 이런 경험을 더 많이 시켜줄 것이다. 그래야 사춘기가 되어 자신의 부모가 게이라는 것을 받아 드려야 할 때 조금이나 덜 힘들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우리 가족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다수와 다르지 않다.
레인보우 가족인우리는 대부분 날을 소수로 살지만 오늘은 우리가 다수가 되는 날이다. 이번주 주말처럼 레인보우(게이아빠) 가족이 다수가 되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날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정말 자주 이런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다수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그런 날은 왔으면 좋겠다. 그것은 다수가 싫든지 좋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수와 소수가 공존해서 같은 사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