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살면서 나의 바다에 대한 추억이 바꾸고 있다

누드 비치에서 혼자 긴 발에 우산을 쓰고 있는 미친놈

by Ding 맬번니언

2022년 4월 10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직 멜버른은 날씨가 많이 춥다 그런데 골드코스트에 도착해 보니 완전히 여름 날씨이다(호주는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땅이 커서 도시마다 같은 계절이지만 온도차이가 크다). 4월 골드 코스트는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햇살은 따뜻해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어도 될 정도이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골드 코스트 날씨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4월에 멜버른날씨는 조금 춥다. 그래서 추운 멜버른에서 골드 코스트로 놀려 오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은퇴하면 여기서 살자고 이야기하곤 한다. (4월의 골드 코스트는 한국의 초 가을 혹은 여름에 막바지 같은 날씨이다).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골드 코스트에 집을 하나 장만할 생각이다.

나와 스티븐은 행복이가 태어나고 자주 골드 코스트를 방문한다. 그 이유는 스티븐이 어릴 때 골드코스트에 자라서 바닷가를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행복이도 자신처럼 바다 수영을 즐기기를 원한다. 그리고 호주는 섬나라이다(삼면이 바다이기에 바다수영을 해야 한다). 나도 그 점은 행복이랑 스티븐이 부럽다. 나는 어릴 때 경험이 어른이 되어도 영향을 주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라는 속담을 맹신하는 편이다. 그래서 행복이에게 좋은 경험을 많이 시켜 주고 싶다. 내경우는 어릴 때 바닷가에 자주 가지 않았고 바다갓에 가는 경우에도 살이 탈 수도 있어서 불편하게 긴 팔 옷을 착용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바닷가와 관련되어 좋은 추억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호주에 살면서 이런 나의 바다갓 추억이 바꾸고 있다.


골드 코스트에 오면 우리 가족은 주로 아침밥 먹기 전 아침 산책을 한다.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신발을 벗고 바닷가를 걸으면 발가락 사이사이 들어가는 모래와 파도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뭉게구름이 펼쳐진 하늘을 쳐다보다 보면 걷다보니 어느새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깜빡 잊어버리고 선크림을 가져오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바닷물에서 하는 물놀이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 앉아서 그저 행복이와 스티븐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호주 생활 16년이 넘은 이제는 선크림을 안 가져와도 어쩔 수 없지 한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16년 전 스티븐이 바닷가를 좋아해서 데이트를 하면 우리는 시드니에 있는 바닷가들을 방문하곤 했다. 특히 와슨베이에 자주 갔는데 거기에 레이디 비치라고 누드 비치가 있다. 날씨가 더워서 바다 바람에 살이 타서 나는 엄청 싫어했다. 또한 그 당시 하얀 피부를 유지하고 싶어서 누드비치에 가서 우산이나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햇빛에 몸을 노출해서 혹시라도 하얀 피부가 탈 수 있어 긴팔 옷만 입었다. 잠신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호주 누드 비치에서 혼자 긴 발에 우산을 쓰고 있는 미친놈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당시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남들을 신경 쓰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행복이는 잊어버리지 않고 스티븐 부모님 집에서 집을 나서기 전에 꼭 선크림을 발라준다. 뭐 이제 나는 4월에 골드코스트 날씨에는 선크림 정도는 건너뛰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제 옷도 대충 입고 해변에 앉아서 행복이랑 스티븐이 물속에서 놓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앉아 파도소리와 햇살에 위안을 받는다. 나는 바닷가에 오면 해변에 앉아서 파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여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요즘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쉽지 않아서 악착같이 사는데 가끔은 그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내가 누드비치에서 우산 쓰는 것처럼 너무 악착 같이 살고 싶지 않다. 가끔은 손해 볼 수도 있지만 느슨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행복이도 그런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조금 손해 보아도 착하고 심성 바른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나는 절대 손해 안 보고 모든 상황에서 이익을 취하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인생살면서 조금 손해보는 느낌으로 사는 것이 속 편하게 사는 방법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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