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2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새로운 생일날이다.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음력으로 호주에서도 내 생일을 보냈다. 그동안 그것 때문에 솔직히 많이 불편했다. 매년 음력 생일을 계산해서 달력에 표시해 두고 사람들에게 매년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호주는 음력 생일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호주사람들은 이해를 못 했다. 그래서 매년 사람들은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그래서 가끔은 내 생일을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내가 태어난 양력 생일을 음력 생일 대신 축하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 선택이다. 보통 사람들은 30살만 넘어도 자신의 생일을 보통에 하루처럼 그저 그런 날로 다른 날이랑 다를 것 없게 보내는데 나는 더 이상 생일날만은 그냥 그런 날로 무뎌지고 싶지 않다.
이날 하루만은 이왕이면 왕처럼 보내고 싶다. 내 생일날을 특별한 이벤트로 만들고 싶고 기억할 수 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내 생일날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새로운 생일날을 알렸다. 나는 당당하게 내 생일날은 주변사람들에게 선물도 받고 이날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챙겨주면 좋겠다.
바쁘니까…
이해하니까…
네 마음 다 아니까…
내년에 챙겨 주면 되지…
그럴 수도 있지…
나이 먹고 뭐 생일을 챙겨…등등 나는 한번 사는 인생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 행복해지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행복이에게 오늘이 아빠 생일이니 아침은 행복이 네가 직접 만들어줘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아들이 만들어 준 생일 상 이날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내 생일 상을 자릴 정도로 행복이도 많이 컸다. 아침은 행복이가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내 생일파티는 저녁에 파티를 하기로 했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에 했던 유별난 파티와 클럽을 다니면서 밤새 노는 것이 아닌 나와 스티븐 그리고 행복이가 함께한 내 첫 번째 양력 생일파티이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사람들은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으로 바쁘다. 솔직히 나도 내 일상으로 바쁘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다. 혹시나 사람들이 모르면 알려주고 아니면 누가 알아서 챙겨 줄거라 은근히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말자. 그리고 나처럼 그냥 직접 하면 된다.
내 첫 번째 양력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할 것들이 은근히 많다. 한국이 아니기에 케이크스타일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직접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올라간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를 한국 베이커리에 가서 사 왔다. 그리고 스티븐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스티븐이 직접 미역국을 끓어 주었다. 나는 스티븐에게 미역국에는 소고기를 넣어주라고 특별 주문을 했다. 행복이가 학교가 끝나고 두 사람이 내 파티 준비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행복이가 아빠 들어오면 안 돼, 알았지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렇게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내려오라고 행복이가 소리친다.
스티븐과 행복이가 준비한 내 생일상은 나에게는 완벽했다. 스티븐이 힘들게 준비한 내 생일 미역국과 처음으로 시도한 해물 파전 그리고 생일 케이크 나에게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었다. 10첩 반찬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생일 상이다. 사랑하는 남편 스티븐과 행복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에 감사한다. 문득 그간의 여러 감정들이 잔잔히 흘러간다.
베이비 가미, 줄리, 제니퍼 그리고 코로나 등등 참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인생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지금 행복하다. 행복이가 손수 적은 사랑한다는 생일 카드를 받았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 지나간 날처럼 아픈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않았지만 오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치유되는 것 같다. 태어난 지 사십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마음만이라도 젊게 살고 싶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아직 철이 덜 들었지만 행복이를 키우면서 성장해 가는 성장형 아빠로 사는 것이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면서 오늘부터 내 생일 은 양력이라고 말씀드리니 엄마가 그럼 이제 우리 아들 생일을 7월 12일로 기억해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동안 나는 한국에서는 한국 가족을 나보다 먼저 사랑했고, 호주에서는 스티븐을 그리고 행복이가 태어나서 행복이를 나보다 먼저 사랑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지금부터는 나는 행복이와 스티븐을 사랑하기 전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첫 번째 날이다. 김형석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고생이 있는 행복이 제일 큰 행복이고 고생의 짐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알고 사랑이 있는 고생이 인생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말은 사람이 행복하고 싶으면 사람들과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유대감에서부터 사랑을 받고 그것이 바탕이 돼서 삶이 힘들어도 견디어 낼 버팀목이 되어 삶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식 구들이 나를 지지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나의 영원한 한 명의 지지자(스티븐)가 있고, 행복이와 패션을 통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나의 회복 탄력성이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의 그룹(케이, 주, 리키, 다니엘 형)을 찾아서 그들에게로부터 따뜻한 지지를 받는 중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어떤 문제가 닥쳐도 좌절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고생은 하지만 사랑이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읽는 당신도 당신 자신을 먼저 사랑했으면 한다. 남을 미워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자신을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데 사용하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그리고 혹시 일반 사람이 내 이야기를 읽는다면 잠시만이라도 게이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서 게이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면 한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충분히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물어보고 싶다. 제 이야기를 읽은 당신을 1%라도 바뀌었는지? 게이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리고 행복이 세대는 더욱 나와 같은 레인보우 가족이 불편한 시선 혹은 무관심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