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은 크리스 마스

2013년 12월 25일

by Ding 맬번니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스티븐의 부모님 댁이 있는 Gold Coast(골드 코스트)로 왔다. 골드 코스트는 전 세계 여행객과 많은 호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황금빛 해변의 휴양 도시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호주에서 크리스마스는 부활절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부활절은 연휴처럼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주가 되는 반면, 크리스마스야말로 평소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며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명절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호주에 온 후 크리스마스가 가장 색달랐던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더운 ‘여름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라는 점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란 당연히 눈이 펄펄 날리는 한겨울의 루미나리에를 상상해왔던 나로서는 무더운 날씨에 반팔 옷을 입고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니 나도 이제 이 호주식 크리스마스 날씨를 익숙하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족, 지인들에게 행복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슈아와 소피아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이지만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우리는 줄리엣에게 행복이의 갓 마더(대모)가 되어줄 것을 부탁하는 자리이기에 더욱 진지하게 이번 연휴를 맞이했다. 스티븐이 행복이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생각보다 긴장되는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발표 자리로 선택한 곳은 줄리엣의 집에서 먹기로 한 크리스마스 점심식사이다. 식사에는 스티븐의 부모님을 비롯해 줄리엣, 줄리엣의 남편, 줄리엣의 두 아들과 그 외에 많은 지인들이 함께 했다.


“잠시 주목 좀 해주세요. 나와 영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새 식구를 맞이할까 해요.”

“애완동물?”

“아기를 가질 생각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비친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남자 두 사람이 어떻게 아기를 가진다는 말이지?’ 라는 질문이 모두의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신호를 읽은 듯 스티븐은 천천히 우리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축하해!”

“우와 또 다른 식구가 생기는구나”

다행히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 속에,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줄리엣 우리 아이의 대모가 되어줘”

“뭐라고?”

줄리엣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엄청 큰소리를 대답했다.

“Of Course”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식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니 이곳에 오기 전부터 가졌던 것 같은 긴장감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이 긴장했었나 보다. 그리고 이렇게 축하해주고, 대모 제안까지 승낙 받으니 모두에게 너무 고마웠다.


‘자. 이제 한국의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차례’

긴 심호흡을 내쉬고 들이쉬기를 몇 번 반복한 후, 나는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점심에 발표했던 것처럼 우리의 계획을 엄마와 누나에게 이야기했다. 첫 반응은 예상대로 부정이었다.


“남자가 애 못 키워 힘들다 어떻게 네가 애를 키워”

“아니야 엄마 나 잘할 수 있어 믿어줘”

“그럼 엄마가 아기 때는 키워 줄게”

“그럼 아기 키우는 의미가 없지, 뭐 하러 나 엄마한테 맡겨서 키우려면”

“네 마음대로 해봐”

“엄마는 어떻게 내가 내 핏줄을 이은 자식을 보여 준다는데 반대할 수가 있어?”


아무래도 여성이 주로 아이 양육을 맡던 시대에 살아오셨던 엄마이기에 남자 둘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놀라움과 부정적인 생각이 처음 드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엄마를 이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복이가 오면 분명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기에 나는 핏줄의 힘에 기대 설득해보기로 결심했다.


“엄마 나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아기가 나오면 나 좀 도와줘 엄마, 아무것도 모르니깐”

“알았어, 그러니까 엄마가 한국에서 키워준다니까”

“아니야 엄마 고마워, 사랑해”


역시 핏줄의 힘은 강하다. 이렇게 나는 한국 가족들의 동의까지 얻은 후, 본격적으로 행복이를 만나기 위한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