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해오던 일이 오늘, 현실이 되었다.
가미 사건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뉴스가 방송되기 전부터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일의 발단이 내 친구인 게이 커플과 관련된 일로부터였기 때문이다. 이번 ‘베이비 가미 사건’은 태국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대리모가 돈이 필요해 벌어진 일이라는 간략한 설명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금세 관심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친구가 좋은 일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베이비 가미를 돕는 모금 운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모금 운동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이내 호주 방송에 보도되었다. 관심이 쏠리자 같은 영어권 국가인 영국, 미국에까지 같은 내용이 보도되었고 이내 오늘 한국 방송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친구로서 내 친구가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은 순수한 의도였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친구 역시 이렇게 일이 커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의가 반드시 선의로 이어지지는 않듯 이번 베이비 가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가지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처럼 다른 방법이 없이 아기를 가지고 싶은 간절함을 가진 분들도, 대리모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것 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쪽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이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자기들의 선입견만으로 문제를 비판한다.
“내 친구는 좋은 일을 한 것일까? 아니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한 것일까?” 기분이 아주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호주 일반 부부의 의뢰로 대리모가 된 태국인 ‘파타리몬 찬부아‘에게서 쌍둥이가 태어나는데 태어난 두 아이 중 여자아이는 정상이었고, 남자아이는 장애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생물학적 부모인 호주 부부는 정상인 여자아이만을 데리고 호주로 가버렸기 때문에 남자아이 가미만이 남겨진 상태이다. 21세의 대리모 파타리몬 찬부아는 임신 중 태아 질환 검사에서 가미가 다운증후군에 걸린 것을 알고 낙태를 권유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그녀는 지금 선천적으로 심장과 폐에 장애를 갖고 태어나 가미를 돌보고 있다. 처음으로 맬번 스프링 패션 위크(MSFW)에 선발되어 내 컬렉션을 선보일 날만을 기다리며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쩌다 나에게 이런 실연이 찾아오는 것일까?’
‘나는 행복하면 안 되는 것일까?’
생각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요 며칠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기분이 들었다. 패션 쇼 준비로 이미 스트레스는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얽혀버린 느낌이었다. 옷을 만드는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오늘은 결국 며칠 간의 울분이 모두 터져나와 스티븐에게 더 이상 패션쇼를 준비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까지 말하고야 말았다.
오늘 들은 소문으로는 태국에서 대리모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족으로만 한정시킬 것이라고 한다. 아마 가미 사건 같은 일을 방지하려는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태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어진다. 물론 이 소식은 새로운 소문일 뿐이었고 태국 내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다른 더 큰 사건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 사건에 쏠리게 될 것이고 가미 사건은 이대로 조용히 기억에서 잊혀져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나는 건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아닐 테니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주 작은 일에도 희망을 가져보고 싶어진다.
‘아빠가 되고 싶다.’
이번 가미 사건이 벌어지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마치 생각의 늪에 빠진 것처럼 한 번 생각이 시작되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이 끊임없이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또 답을 찾기 위해 생각했다. 그 중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불쌍한 가미 이야기에는 속이 상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행복이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부모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게이이고, 그 두 가지가 이렇게까지 이루기 힘든 일이라는 현실에 너무 큰 슬픔이 몰려와 현재마저 망쳐가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