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는 아주 평범한 날이다. 그래서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평범한 날이라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나는 산책을 할 때 오디오북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그 소리를 들으며 40분 정도 걸으면, 한 권의 책을 거의 다 들을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 아주 효율적인 시간 활용 방법이다.
오늘 듣은 오디오북에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인생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인생은 대부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로 가득하다. 때문에 인생을 계획대로 살기보다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은 계획성과 유연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었고,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호주에서 정착해서 이렇게 트램을 운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물며 작년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는 인생이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트램을 운전하며 열심히 승객들을 운반했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운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세부적인 부분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운전하는 것이 이제는 내게 익숙해져서, 승객들에게 더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내 운행은 이제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경험은 아마도 내가 이번에 오디오북에서 들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와 상당히 비슷한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것도 계획에 맞추어 강제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적인, 아무런 특별한 일이 없는 날들이 점점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트램을 운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추어 트램을 운전하는 것이다. 거기서 보이는 특별함이 있다.
이렇게 평온하고 평범한 날들을 즐기며, 삶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특별한 날들이다.
나는 이제 무엇을 강제로 이루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달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억지로 친구를 만들어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발전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한다.
그리고 만약 그 과정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삶을 강제적으로 유지하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의 흐름에 맡기려고 한다. 그러한 변화가 나에게는 훨씬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브런치에서 수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어왔다. 그들 모두가 작은 시작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작가는 방문객 0, 좋아요 0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 그에 브런치를 보면 믿을 수가 없다. 그 작가분이 하는 말은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어느새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오고, 책을 출간하게 되며, 강연의 기회마저 얻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제는 억지로 미완성된 상태에서 책을 출간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장과 변화를 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표현의 방식이 되어,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의미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