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스티븐이 8년만에 처음 만나는 날.

2014년 11월 27일(과거 이야기)

by Ding 맬번니언

스티븐과 나는 행복이와 함께 태국 방콕 호텔로 이동했다. 오늘은 다른 의미로 아주 특별한 날이다. 엄마와 스티븐이 8년만에 처음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올 때가지 참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내가 염려했던 것보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도 마치 알던 사이처럼 어색해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지난 8년 동안 엄마에게, 그리고 스티븐에게 서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스티븐, 나, 엄마 우리 세 사람은 행복이를 통해 기적처럼 만났다.’


내가 커밍아웃을 한 이후 처음이었다. 행복이가 없었다면 과연 이런 날이 오기나 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지난 8년동안 닫았던 마음을 행복이를 만나기 위해 이 먼 거리를 날라오며 열어주었다. 행복이가 나와 우리 가족,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기적 같은 끈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후로 두 달 동안, 엄마는 육아에 무지한 두 아빠에게 어떻게 아기를 돌봐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가르쳐주셨다.


엄마의 눈에는 팔뚝만한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모르는 우리가 얼마나 걱정스러우셨을까?


안는 법, 눞히는 법, 옷을 입혀주는 법, 목욕시키는 법, 분유를 타주는 법, 아기물품을 소독하고 관리하는 법, 모든 것이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어 나와 스티븐은 전적으로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따라 했다. 그리고 나는 소중하고 능숙하게 행복이를 돌보는 엄마를 보며 나도 어릴 적, 이렇게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먹이고, 입히고, 재워가며 키우셨겠구나 하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너 어릴 때 그대로네. 너도 어릴 때 참 착해서 다들 순둥이라고 했었어”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이니 네 아들도 너랑 똑같을 것이야”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듯 미소 짓는 엄마를 보며, 왜 마음이 울컥했던 걸까. 엄마의 말처럼 나는 어릴 적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남에게 상처 주는 말 하나 하지 못했었다. 호주에서 만난 ‘파티보이’로서 나를 아는 지인들이 들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엄마의 기억 속에 나는 여전히 어릴 적, 순하게 엄마 품에 안겨있어 마냥 보호해줘야 할 것 같았던 어린 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행복이가 자라 다 큰 성인이 되어도 내 눈에는 언제나 지금 이 작고 여린 아기 그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왕"


육아는 사색의 시간을 길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행복이가 이내 나의 감성을 깨고 울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4시간에 한 번 수유를 했고 스티븐과 내가 병원에서 했던 그대로 수유를 하는데도 수유 한 시간 전부터 행복이는 칭얼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배가 고픈 것 같아서 분유 양을 늘려주었고 좀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잠시뿐, 다시 칭얼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수유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처음엔 병원에서 하는 데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스티븐을 설득해 3시간 텀으로 수유를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행복이가 더 이상 칭얼대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행복이의 분유 스케쥴]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 기상 수유 한 번

9시에서 10시 사이 한번

12시에서 1시 사이 한번

4시에서 한번

7시에 한 번

10시 마지막으로 한번


“배고파하면 그냥 줘. 책에 나온 데로 해봐야 소용없어. 아이는 다 다른 거야.”

스티븐과 나는 사실 행복이가 오기 전부터 온갖 육아 서적과 정보를 탐독하며 규칙대로, 정해진 대로, 최대한 믿음직한 전문가의 말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유 하나만 봐도 행복이는 우리가 알던 그 어떤 책과 달랐다.


그리고 나는 시키는 데로, 정해진 데로 하는 것이 육아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텀을 찾아 하는 게 맞다는 것을 점점 배워갔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깨닫게 해준 엄마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아마 엄마가 없었다면 책이 아닌 행복이만의 텀에 맞춰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행복이가 행복해하고, 행복이에게 맞아야 한다.’


행복이가 다시 꿀잠에 빠지고 엄마와 마사지를 함께 받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 때 아기는 밤새 깨지 않고 자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행복이는 벌써 밤에 어른처럼 푹 자고 있다. 엄마의 말처럼 모든 아기가 다 다르다. 책이 아니라 행복이가 지금 어떻고,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좀 더 지켜보고 그것에 우리가 맞춰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 동안 나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스티븐과 함께 점점 능숙하게 목욕도 시키고, 기저귀도 갈아주며 행복이의 진짜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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