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8일
너무 기뻐 눈물이 쏟아져 울어버린 날, 오늘은 정말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내가 그렇게 바라던 ‘맬번 스프링 패션 위크(MSFW)’ 선발 인원에 내 이름이 올려진 영광스러운 날이기 때문이다. ‘맬번 스프링 패션 위크(MSFW)’은 메이크업 컨설팅,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강연과 스타일 추천 위크샵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한다.
"나 선발된 거야, 정말로 엉~엉"
"이제 옷 만들 일만 남았네"
"문제없어, 나 엄청 빠르잖아"
그 순간 이번 선발을 준비하며 보냈던 수많은 힘들었던 시간들이 눈 앞에 지나가는 듯 했다. 얼마나 긴장한 체 컨셉보드 와 스타일화, 컬렉션 설명을 패션쇼 관련자들에게 설명했던가. 그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결과가 나왔다. 강력한 유력 후보가 떨어지고 다크호스처럼 내가 선발된 것이다.
‘나는 인생 처음, 내 인생에 진정한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이를 가지기로 결정한 후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 미치도록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행복하기를’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지만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 시간만 잘 보낼 수 있다면 나는 평생의 소원 두 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다. 하나는 행복이와 함께 하는 것, 또 하나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패션쇼에 서는 것이었다.
패션쇼에 선발된 후, ‘나에게도 재능이라는 게 있어.’ 라며 처음으로 나 자신을 인정하는 마음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나는 인생에 뚜렷한 목표조차 없이 그저 남들이 사는 것을 보고 따라 하며 하루살이처럼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에 살 때 내 삶의 중심은 늘 가족이었다. 가족이 바라는 데로, 친구들이 하는 만큼만, 아래로 뒤쳐지지도 말고 위로 너무 튀지도 말고 늘 중간에 서 있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삶이 나를 갉아먹기 전에 떠나온 호주에서 스티븐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는 그의 인생에 조연이 된 것처럼 그의 행복을 바라며 살아왔다. ‘내겐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내는 재능은 없는 걸까?’그런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치달았고 어느 순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체 살아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 패션쇼 심사에 도전했던 것이었다. ‘한번만, 딱 한번만 나를 믿고 해보자.’ 그 작은 용기가 오늘 내게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이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 일이 앞으로 내 인생을 끌어가는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2014년 네오(NEO) 컬렉션’
나는 곧바로 디자인 컨셉을 정해야 했고 네오프렌을 사용한 크루즈 패션으로 결정을 내렸다. 네오프렌(Neoprene) 원단은 합성고무의 상품명으로 원래 보온성과 탄력성이 좋고 가벼우며 잘 찟어지지 않은 성질을 가져 잠수복 전용 원단으로 개발되었다. 이후 1931년 미국의 뒤퐁사에서 듀프렌이라는 상품명으로 발매 되었고 이후 네오프렌으로 개명되었다. ‘네오프렌은 수영복 아니야? 그럼 수영복을 만들어? 당연한 것 아니야?’ 그러면서 나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패션이다. 그래서 나는 크루즈 패션으로 네오프렌으로 컬렉션을 만들게 되었다.
이름하여 네오 크루즈 컬렉션. Neo is from the Greek word Neos meaning Young and New.네오는 그리스 언어로 젊고 새로움을 의미한다. The Neo Collection is fresh, young and new, inspired by the Greek Islands. Neo is also the Character “the one" from The Matrix:sexy,vinyl and plastic.네오 컬렉션은 그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신선하고 젊고 새롭다. 네오 컬렉션은 또한 영화 매트릭스 캐릭터”하나”에서 영향을 받아 섹시하고 비닐과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원감 자체가 과장된 모형과 형태를 유지해주고 물에 젖어도 된다는 점이 큰 이점 중 하나였다.
디자인 컨셉은 여성의 몸의 선을 강조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수영복과 리조트 웨어를 한벌로 만들었고 지퍼를 사용해서 몇몇 옷들은 칵테일 드레스에서 수영복으로 변신한다. 이것이 내 컬렉션에 컨셉이다.
디자인을 완성했으니 이제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옷을 만들기 시작하자 네오프렌 소재로 옷을 만들기가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그냥 잠수복으로 심플하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오프렌은 구김이 잘 가지 않고 빳빳한 독특한 소재 특징으로 독특한 핏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옷을 만들 때 어떠한 핏이 나올지 막상 해보지 않고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플락스틱 비닐은 실크처럼 은은하면서 반짝이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플락스틱 비닐 또한 예상하기 힘든 핏이 나온다. 힘들지만 나는 이 두 소재로 컬렉션을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그 단순한 깨달음을 36살의 나이에 처음 느끼고 있었다. 그 사실이 새삼 창피해졌지만 이제라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는 지금 이 도전의 시간을 충분히 끝까지 즐겨보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기억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 최선을 다해 끝까지 도전해보는 기쁨. 나는 이 경험을 꼭 행복이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빠가 되는 도전도 멋지게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