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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Oct 28. 2023

김여사와 둘만의 데이트

좋았던 일은 좋은 기억으로 추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 김여사가 일어나서 제 아침을 준비해 줍니다. 이럴 때면 어린 시절처럼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집니다. 엄마는 사랑을 담아 아침을 차려주고, 저는 행복이를 위해  점심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오후에 패션쇼를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오전 반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6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모든 것(일도 하고 행복이 학교도 가고 엄마와 데이트도 하는 것)을 다 할 수 없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행복이의 학교에서 학부모님들을 초대하여 그동안 배운 것을 보여주는 미니 전시회를 오늘 하루 개최했습니다. 스티븐은 시드니 출장 중이고, 저는 오늘 아침 근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김여사에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전날 밤, 행복이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고 할머니를 잘 모시고 학교에 가서 자신의 반을 보여주라고 당부했습니다.


다행히 김여사가 행복이 전시회에 참석하여 행복이가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매우 만족해하셨습니다. 오늘 행복이는 스스로 일어나서 아침도 스스로 먹고, 옷도 알아서 갈아입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었고, 시간이 되자 먼저 학교에 가자고 할머니에게 먼저 말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할머니를 자신의 반으로 안내했고, 그 모습이 할머니에게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여사는 행복이가 손주들 중에서 제일 잘한다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이런 작은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 행복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요즘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김여사가 계신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처럼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종종 아이들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엄마가 호주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엄마에게 엄마가 호주에 계셔서 얼마나 좋은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말씀드립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나 자신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서 일해야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에 특별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방문한 크라운의 Spice Temple이라는 식당에서 엄마와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어요. 처음 가보는 식당이라 메뉴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천천히 메뉴를 살피며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Spice Temple은 이름 그대로 매운맛이 특징인 음식들을 주로 제공합니다. 처음 방문한 식당에서 새로운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며 엄마와 함께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마친 후, 우리는 시간이 되어 패션쇼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패션쇼라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멋을 부리고 왔는데, 엄마와 저도 패션쇼에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참석했습니다. 쇼를 보면서 다양한 의상들을 구경하며, 옛날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가 디자인한 옷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곤 했었는데, 그런 기억이 떠오르면서 쇼를 보는 감흥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었습니다. 엄마는 아직 제가 참여한 패션쇼를 보지 못하셨기에, 오늘 관람한 패션쇼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드렸어요. 그러면서 예전에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절이 살짝 그리워진다고 말씀드렸죠. 엄마는 "좋았던 일은 좋은 기억으로 추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따뜻하게 말씀하셨어요. 정말 그렇습니다. 저에겐 패션과 관련된 좋은 기억만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그 일을 계속했다면,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제 생각만 하는 철부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저의 꿈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행복이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저는 제 적성을 늦게 찾았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어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행복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그 길에서 도전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다시 도전하는 강인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행복이에게 소망하는 전부입니다.


어쩌면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점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면서 책임감이 커졌고, 경제적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처럼,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행복이와 가족에게 충실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패션에 대한 꿈은 잠시 미루어두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행복이와 가족이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패션쇼를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https://www.twig24.com/news/world/crime-law/2023/10/27/20231027500107



술안주를 안 만들어줬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40대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진재경)는 26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41)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나는 김여사가 너무 고맙고 효도하고 싶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할 망정 이런 사람으로 아들이 성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런 사람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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