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주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Child Health Centre를 방문하는 날이다. 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 해보는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오늘 역시 그랬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가 군대에 가서 처음 해본 것들과 비슷하게 많았다.
오늘 행복이는 생후 9주 검사를 받았고 나는 드디어 녹색북(아기수첩)을 받았다. 이 녹색 북은 아기의 모든 병원 진료에 기록하는 노트로 책 안에 출생 정보와 예방 접종 스케줄 및 육아 정보도 들어있기 때문에 아이와 병원에 방문할 때는 꼭 가지고 다녀야만 한다.
Child Health Centre에서는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다양한 검사를 한다. 키, 몸무게, 머리둘레, 눈 검사, 목, 골반 등 신체적인 성장이 정상범주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이 Child Health Centre에 가는 또 다른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Mother’s Group을 안내받기 위해서이다. Mother’s Group은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산후 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개념인데 엄마의 산후 우울증 방지와 건강한 아기 만들기를 지원해주기 위해 비슷한 주에 태어난 아이들과 엄마들이 서로 발달 과정을 공유하고 육아 과정에서 느낀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는 모임을 가진다. 서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공감대가 비슷해서인지 엄마들끼리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들었다.
'나는 아직 톰 말고는 엄마친구가 없다. 나도 누군가와 육아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룹을 소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육아 책과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부터 얻는 정보만큼 좋을까? 갓난아기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수많은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톰 뿐이라는 게 가끔 나를 막막하게 만들곤 했다. 무엇보다 행복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위로 받을 수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힘듦을 공감해주고 나눌 엄마 친구가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그래도 톰과 알렉스가 있어서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톰마저 없었다면? 나는 어느 한 곳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없이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게이 아빠로서 홀로 인터넷과 유튜브를 검색해가며 어떻게 해야 할지 동동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육아 스트레스에 빠졌겠지. 나와 톰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mother’s Group이 되어주며 서로 힘든 육아를 공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같이 놀고, 도와주는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를 의지하면서 아이들을 키울 것이다.
비록 다른 호주 엄마들처럼 시끌벅적하게 많은 친구를 소개받지는 못했지만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게이이자 아빠로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톰 만큼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기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하기로 했다. 삶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으며 때론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고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지금 내가 가진 하나의 작은 행복을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나는 내 온 생에서 그것을 깨달아왔고 지금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행복이만 있으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