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백일날

2015년 3월 3일

by Ding 맬번니언

새벽 5시. 행복이 기상 시간

행복이 방문을 열어 보니 아직은 쌔근쌔근 잠들어 있다.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빨리 빨리 움직이자.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음식을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청소를 해야해서 너무 바쁘다.

100일, 오늘은 행복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는 날이다. 오늘로서 아빠가 된지 100일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0일 동안 무럭무럭 행복이는 자라 이제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곤 한다. 처음 데려올 때에는 배가 고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졸려서 보채거나 우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밖에 행복이의 생각을 알 수 없었는데 이제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풍부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활발해져서 손발 동작이 커져 기분이 좋으면 팔다리를 버둥 거리고 아기 체육관을 제일 좋아한다. 축구선수처럼 아기체육관을 차내며 발차기를 하기도 하고 옹알이가 늘어나 기분 좋을 때는 옹알이를 하며 혼자 아기 체육관에서 잘 놀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며 짜증을 낸다. 비교적 다른 아이들에 비해 순한 기질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감정 표현만은 솔직한 것 같다.

언젠간 지금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내 한 팔로 안은 체 다른 일을 볼 수 없을만큼 무거워지겠지.

'내 아이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부모의 마음이 안심되는 일이다.

무거워지는만큼 이 세상에 잘 뿌리내리고 있는거겠지...'


오늘 스티븐의 부모님과 지인들, 친척들이 행복이 백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멀리서 부터 왔다. 특히 스티븐 부모님은 골드코스트에서 먼 길을 와주셨다. 행복이의 갓마더 줄리엣은 행복이의 옷을 맞추어 주었다. 줄리엣(행복이의 대모)은 호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머니 스타일로 적당히 나잇살이 있는 금발의 여성인데 이제 한 살도 안 된 행복이를 위해 맞춤옷을 만들어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했다.


"백일 축하해 행복아~"


여기저기서 행복이를 향한 축하 인사가 전해졌다. 사실 이번 파티는 내가 이제껏 주최해온 어떤 파티와도 달라서 많은 점에서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수시로 파티를 열고 사람들을 초대했지만 그렇게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노는 파티와 행복이 백일 파티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백일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행복이를 주제로 앞으로 건강을 기원할 수 있는 따뜻하고 화목한 파티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식음료를 준비하고, 아이를 위한 파티에 있을 만한 아이템을 배치했다. 오늘 이 파티의 주인공은 행복이니까, 무엇보다 행복이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너만을 기다려 온 나야 나 나야 나

네 맘을 훔칠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마지막 단 한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파티 분위기는 점점 즐겁게 고조되고 있었다. 행복이가 나를 보고 손을 펼친다.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있는 것을 처음 겪어서 긴장되어서인 것 같다. 꼭 지금 나오는 노래 가사의 pick me 를 하는 것 같다.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행복이에게 언제나 첫 선택지는 나다.

그리고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움직이는 유일한 이유는 행복이였다. 3개월이지만 나는 행복이를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도 모는 스케줄은 행복이에게 맞춰 준비했다. 이 파티가 끝나면 교회로 가야 한다. 요즘 늘 행복이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해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 버린 것 같다.

하루종일 행복이의 식사, 수면, 놀이 모든 것을 생각하다 보면 하루가 어느새 지나가 버린다. 모든 부모가 정해진 규칙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최대한 정해진 시간에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며 규칙을 정해 움직이려 한다. 규칙적으로 지내는 것이 아기의 성장 발달에도 좋다는 말을 본 후에는 더욱 신경을 쓰려하고 있다. 마치 훈련병 생활을 끝내고 막 군 복무를 시작하는 이등병이 된 것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3개월이나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하루 하루는 그와 정반대로 아주 더디게,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군대에 있을 때 정말 많이 했다.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바쁘게, 무언가를 이뤄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적막 속에 멈춰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행복이가 커서 학교에 가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더디게 흘러가는 것일까? 학교에 가려면 5년?6년? 모르겠다. 이제야 100일을 보낸 나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 이것은 마치 내가 군대에서 느껴 던 더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행복이를 키우면서 요즘 군대에 있을 때 느껴 던 감정들이 다시 떠 오른다.

교회에 가는 것은 행복이에게 유아 세례를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나는 종교를 특별히 믿지 않는다. 스티븐은 기독교인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종교 자체에 반감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기독교 모임을 참석했을 때 내가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묘하게 불편한 내용들이 있었다.

아마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는 그런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종교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생각해보면 신의 권능을 믿을 만큼의 일이 내게 일어나지도, 내게 벌어지는 일들이 신이 정하신 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마냥 순응하는 것도 내 성향에 맞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이가 태어난 후 실낱 같은 행운이라 할지라도 행복이가 세레를 받고 이곳에 와서 받을 수 있다면 받게 해주고 싶었다. 혹은 스티븐과 사람들이 신을 믿음으로서 가지는 삶의 위안이 도움이 된다면 후일 행복이가 신을 믿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스티븐이 교회를 다니기에 따라갔을 때 착실하고 선한 종교인들을 많이 만나며 조금씩 종교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착실한 종교인들을 보며 종교가 삶이 힘이 된다는 이 사람들처럼 너무나 귀한 우리 행복이를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이런 자리가 너무나 고마워 동의하였다. 부모란 그렇게 실오라기 하나라도 내 자식이 따뜻할 수 있다면 옆에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 너무 고마운 것은 줄리엣이 세례복을 주문 제작해 주었다는 것이다. 세레식이 시작되고 목사님이 행복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참 특별하고 감사한 날이다. 녹초가 된 내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데도 마음만은 어느때보다 뿌듯하다. 오늘 하루 정말 바쁘게 지나갔지만 행복이 너를 위해 나는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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