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2015년 4월 16일(과거 이야기)

by Ding 맬번니언

" 영~ 쇼핑가지 않을래?"

오랫만에 톰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는 맬번 시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행복이와 알렉스를 유모차에 앉힌 채 밀어주며 쇼핑몰 곳곳을 돌아다녔다. 예전 같으면 각자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느라 바빴겠지만 이제는 톰도 나도 알렉스와 행복이 물건을 사기 바쁘다. 한창 쇼핑을 하던 중 행복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잠시 멈춰서 Parents Room(한국의 모유 수유실)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대부분 여자 화장실 안이나 옆에 수유실이나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호주는 부모방이라고 하는 공간이 있다. 모유 수유실은 영유아의 수유, 기저귀 교환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독립된 공간이다. 하지만 명칭만 부모방일 뿐, 대부분 이 방에 오는 이들은 엄마와 아이가 거의 대부분이다. 호주에서도 아주 갓난 아이를 돌보는 아빠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혼자 오는 아빠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들 엄마는 좋겠다.”

“아빠들끼리 보기 좋다”


아이를 보면 으레 엄마를 찾고 엄마가 안 보이면 어디 잠깐 갔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해외일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보면 엄마를 떠올린다. 물론 아빠가 같이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빠가 전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드문 일인 것은 한국이나 호주나 다르지 않다.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며 엄마가 돌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고 일일이 설명해가며 “우리는 게이커풀이고 엄마 없이 아빠둘이 아이를 키운다”라고 커밍아웃 아닌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 사람들에게도 게이 부모라는 건 들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가깝게 자신의 주변의 있다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경우이다. 일반 사람들은 게이 아빠가 존재한다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자신의 주의에 있다라고 일반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이기에 늘 사실을 말하고 난 후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짓는 그 표정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제 톰과 나는 "네~네~"하고 지나가 버린다. 굳이 설명해서 무얼 하겠는가. 선입견이나 편견이라고 따지고 드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무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그렇구나 ~ 정말 대단해요." 라고 반겨준다고 해서 기분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내가 게이 아빠로서 대단하다거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여느 평범한 부모와 가정과 아이처럼 대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평범한 보통의 가족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면서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쁘거나 잘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나 역시 행복이와 함께하기 전까지는 그들과 같은 편견을 가지고 으레 육아하는 아빠라고만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엄마도 없이 아이와 둘만 나오다니~ 대단하다' 라거나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아빠라니 정말 가정적인 남편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가족형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굳이 지나쳐가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거나 필요 이상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이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엄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대로 해석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나와 톰 조차 사회에 편견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몰랐다. 아이가 예뻐서 한 마디 건네는 것뿐인데 그런 말들이 듣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고 나니 앞으로 나 역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편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받아 드리는 사람이 그 말로 상처를 받는다면 그 것은 분명히 조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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