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결연해지는 느낌이다. 처음 행복이의 분유를 탔을 때 같은 기분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분유통에 적힌 비율대로 타고 있고 전혀 이상하거나 뜨겁지 않아 먹여도 되는데 계속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잘못한 거 아니겠지?' 라고 의심하게 되던 그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행복이의 첫 이유식 10배 쌀미음]
1.밥과 물을 1:1 비율로 준비해 용기에 밥과 물을 절반 넣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5분을 돌린다.
2.랩을 씌운 채로 10분 정도 뜸을 들이고 체로 거른 후 나머지는 절반의 물을 넣고 섞으면 완성
어느 정도 식혀 살짝 미지근해지면 행복이에게 한 수저씩 떠먹여 준다.
너무나 착한 우리 행복이. 조금 어색해하는 듯하더니 금세 수저에 적응해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예정대로 서서히 이유식 양을 늘려 분유 3번, 이유식 2번으로 하루 식사가 안정되어간다. 행복이는 잘 먹고 잘 잔다. 그렇지 않은 아기들도 있다는 걸 주변에서 들었기에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행복이는 주로 새벽 5시쯤 일어나 저녁 7시쯤 잠이 들고 낮잠을 두 번 정도 자는데 그 시간이 돼서야 나도 겨우 숨을 돌리고 함께 잠을 잔다. 처음엔 행복이가 잠들면 행복이를 보느라 밀려있던 설거지를 하거나 일을 보는 등 바쁘게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왜 주변에서 애가 잘 때 같이 자야 한다고 말하는지 알게 되었다. 애기가 잘 때가 유일하게 같이 자고 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행복이가 자는 시간은 내게도 재충전을 위한 필수휴식 시간인 셈이다.
"그것 아세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물조차 먹을 수 없는 존재였어요."
1. 갓난 아기에게는 생수를 주지 않고 몇개월 지났을 때 보리차부터 조금씩 준다.
2.계란은 흰자부터, 노른자는 돌 지나고 조심조심 줘야 한다.
3.두돌 전에 꿀은 절대 먹여서는 안된다. 독성이 아기에게 치명적이다.
행복이가 생긴 후로 내가 보는 책의 종류가 바뀌고 있다. 이유식을 시작한 후로는 특히 영양사가 된 기분이랄까. 하나하나 무엇은 주어도 되고, 무엇이 안되는지, 무엇이 성장발달과 두뇌발달에 좋은지 찾아가며 정말 하나씩 조심조심 시도해보고 있다. 꿀처럼 마냥 몸에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목숨을 위협할만큼 절대 먹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식재료도 있었다. 일단 제조법을 익히려고 이유식 책도 하나 구입했는데 오늘은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이유식 책을 구입해서 하나씩 만들어 보고 있다. 우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바나나 매쉬부터 이것은 찜기에 10분 찌고 숟가락으로 쓱쓱 뭉개서 주면 된다. 6개월을 넘어선 행복이 두 끼 식사를 이유식으로 하는데 이유식을 사서 먹이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나는 되도록 만들어서 먹이는 쪽을 선택했다. 사는 이유식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재료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직접 하는게 더 안심이 되고 정성도 들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들이 먹으면 안되는 것은 미리 알아보고 피하면 되는 데 어려운 것은 '혹시 행복이가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쩌지? 생각이었다. 행복이는 태어나 처음 모든 걸 먹는 것이고 아이들이 각자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먹기 전까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씩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다. 매일 어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줄지 그런 걱정을 한다. 내가 무엇을 주는지에 따라서 행복이 육체의 성장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주는지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맛있는 음식이라면 언제 먹어야 한다거나, 먹으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규칙은 특별히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어릴 적 일이라 기억을 잘 못 하는 것일까? 특히 요즘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원산지를 고르고 유전자조작 등이 없는지 등까지 체크해야 하니 더 신경 쓸게 늘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