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3일 RAW패션쇼를 보고 Empower Me에서 연락이 왔다. 내년 2월 11일 날 패션쇼를 하는 데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오늘 처음으로 관계자들과 다른 디자이너를 만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 쇼를 직접 지휘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정식 신진 패션 디자이너로서 다른 디자이너와 패션쇼 관련 된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다.
설렌다. 그와 동시에 솔직히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로 아직 경험이 많이 없기에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디자이너가 무시당할까 봐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척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한국에서부터 게이이면서 일반인 척하면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 다라고 믿고 그렇게 살았다.
“Empower Me은 이번 패션쇼를 통해 여성 망명 신청자(Asylum Seeker Resource Centre)을 지원하는 자선 패션 이벤트를 열 예정입니다. 맬번의 신인 패션 디자이너가 선발한 의상을 가지고 런웨이 쇼에서 맬번만이 가진 분위기와 창의성을 더해 이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영감과 감탄을 자아낼 수 있을 거예요.”
좋은 뜻으로 하는 패션쇼에 나도 참여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선보일 새로운 옷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쇼가 열릴 때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요즘 행복이가 놀아달라고 조르는 일이 많아져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일해두지 않으면 어떤 촉박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늘 그렇다. 일을 미뤄둬서는 안 된다. 지금 여유가 있다고 미뤄뒀다가는 어느 순간 육아냐 일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 행복이에게 미안해지고 싶지 않다. 이쯤부터 만 3세 무렵까지는 애착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보았고, 지금 형성된 애착이 앞으로 행복이의 인생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안정적으로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데 아주 중요하기에 언제나 행복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지금 할 수 있을 때 일을 처리하고, 누구보다 바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물론, 어떤 순간엔, 일과 육아를 모두 해내겠다는 내 욕심이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둘 다 해내느라 몸이 지쳐 마냥 쉬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 워킹 파파가 이래서 슈퍼파워가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에게 육아도 일도 너무나 잘 해내는 슈퍼파워를 가진 프로 패션디자이너처럼 ‘척’을 한껏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