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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Aug 16. 2024

아파 죽어도 학교에 가서 죽어야 한다.

오늘 스티븐은 골드 코스트로 갑니다. 내일 스티븐의 아버지가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의사와 상담을 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부모님도 예약을 잡기 위해 반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의사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호주에서는 치료가 아닌 이렇게 의사를 만나는 예약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럴 때 한국 의료시스템이 부러울 뿐이죠.

저는 그래서 새벽 근무를 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오후에 행복이를 학교에서 픽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잠깐 쉬는 시간에 스티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스티븐이 전화를 받자마자, “행복이가 너무 아파서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어”라고 말하더군요. 요 며칠 동안 행복이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열이 있었는데, 오늘은 스티븐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오늘은 그냥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어”라고요.


사실 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스티븐이 오늘 결정을 내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행복이가 학교에 가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이니 저도 점점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행복이가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여기에 적응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아프더라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죽어도 학교에서 죽어야 한다”는 농담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시절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아파도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했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반에서 개근상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한 두 명으로 오히려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 식구들 이야기하기로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개근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심지어는 “개근 거짓”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매일 학교에 나와서 개근상을 받는다는 뜻이죠. 한국도 많은 학생들이 학기 중에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개근상을 받는 아이들이 저희 때와 비교해서 많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행복이에게도 더 나은 선택을 해주고자 합니다. 오늘 스티븐이 제가 근무하는 동안 행복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열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해열제보다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5일 정도 처방을 받았는데, 만약 5일 동안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행복이가 아플 때 학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행복이가 약을 먹고 집에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 혼자 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면 아마도 학교에 보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오늘 스티븐이 올바른 결단을 내려주었고, 저는 그 점에 대해 스티븐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도 학교에 대신 오늘 하루 푹 쉬고 나아지면, 매일 반복적으로 아픈 것보다 훨씬 나을 테니까요. 행복이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오늘의 경험을 통해, 아이를 더 잘 살피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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