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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Aug 17. 2024

학교에 있을 시간에 텅 빈 오락실에서 놀기

내일이 주말이라 행복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오늘까지 집에서 푹 쉬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제 눈에는 아파 보이지 않지만, 문제는 열이 나는 상황이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행복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이 왔고, 어제 추가로 검사한 결과도 알려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라고 하셨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집에서 푹 쉬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몸에 열이 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아이가 집에서 너무 편하게 놀고 있으니 솔직히 골 보기 싫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노는 모습으로는 솔직히 전혀 아파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몸이 안 좋을 때는 운동을 삼가야 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피해야 하는데, 남자아이들이 그걸 잘 지킬 수 있을까요? 이럴 때 보면 남자아이들은 정말 강아지 같아요. 에너지가 넘쳐서 몸이 안 좋을 때도 가만히 있질 못하죠. 특히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운동을 멈추는 게 쉽지 않으니 더 걱정이 됩니다. 행복이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활기차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은 조금 답답하더라도 집에서 푹 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행복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집에만 있는 것보다 오히려 외출을 해서 밖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덕분에 아이가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서 텅 빈 극장에 가서 웃음이 터지는 영화를 보고, 텅 빈 오락실에 들러 둘이서 게임도 실컷 즐겼죠. 행복이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르는 걸 보니, 저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아이가 아플 때는 마음이 무겁기 마련인데, 이렇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잠시나마 걱정을 잊을 수 있었어요. 오히려 아이와 둘이서 보내는 스페셜한 날이라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티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스티븐, 오늘 아버님 의사 상담은 어떻게 됐어?" 제가 궁금해서 바로 물어봤죠.


스티븐의 목소리가 살짝 지친 듯 들렸어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죠. "예상했던 대로야. 의사가 말하길, 최소한 4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대."


그 말을 듣고 저는 잠시 말을 잃었어요. "4개월이나?"라고 놀라서 대답했죠.


스티븐이 이어서 설명했어요. "의사 말로는 지금 아버지 상황이 크게 악화되진 않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설명해주려 했는데, 이런 답을 듣고 나니 나도 좀 답답하더라고. 솔직히 오늘 골드 코스트까지 온 의미가 없었던 것 같아."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이 저에게도 전해졌어요. "그렇구나. 뭐, 할 수 없지. 그럼 기다려야지. 아버지가 별 문제없다고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해."


스티븐이 고맙다는 듯이 말했어요. "그래, 우리 할 수 있는 건 잘 기다리는 것뿐이야. 그래도 당신이 오늘 행복이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니 그건 정말 다행이야. 아이가 아플 때는 부모로서 마음이 무겁잖아. 그래서 당신도 오늘 신경 많이 썼을 텐데 오후에 푹 쉬어"


"고마워. 내가 알았어할게. 아버지 일도 뭐든 잘 풀리길 바라면서 기다려보자고."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물론 아직도 4개월이라는 시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족이 함께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까지 스티븐 아버님에게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것은 호주 의료시스템에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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