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모로서 정말로 좌절을 느끼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평소에 집에서 행복이와 작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학교에서 4학년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은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시회는 아이들이 지금까지 학교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부모님들에게 보여주는 자리였죠. 저는 행복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제법 잘해서 나름 기대를 안고 반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함께 교실에 들어갔을 때, 행복이는 자기가 만든 것을 보여주는 대신, 교실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밖으로 뛰어 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아이가 한 작품을 보고 싶었기에 반을 열심히 둘러보며 행복이가 만든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행복이가 만든 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밖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행복이에게 다가가 "도저히 네가 만든 것을 찾을 수가 없으니 보여줄 수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행복이는 거친 말투로 "그것도 못 찾냐?"며 자기 작품을 보여주었죠. 그 순간, 저는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더 정성을 들이고 준비를 잘할 것 같은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행복이가 만든 것을 보고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행복이도 자신의 작품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평소와는 다른 거친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이가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 것을 알기에 더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하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행복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의 좌절을 계기로, 행복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에 화가 많이 나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스티븐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늘 있었던 미니 전시회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스티븐이 어젯밤에 행복이에게 잠자기 전에 미니 전시회에 대해 물어보았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행복이는 "그룹으로 해서 내가 한 건 잘 모르겠어. 누가 내가 한 걸 훔쳐갔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오늘 다른 아이들이 해놓은 작품들을 보니, 4학년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행복이의 작품을 보고 너무 실망한 나머지 다른 아이들의 작품을 찍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쯤 되면 저도 아이의 성향과 현재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적응이 어렵고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 기대했던 것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커서 실망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을 잘 다스리며, 행복이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행복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의 강점을 찾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복이와 단둘이 그의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으러 갔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아빠는 오늘 좀 실망했어. 네가 잘하고 못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오늘 어떻게 했느냐야. 아빠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밖에 나가서 축구만 하고, 아빠에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게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행복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이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다짐에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행복이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모습에 저도 안심이 되었고,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